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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가 형제들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붙는다. 오는 27일 열리는 아시아나항공 정기 주주총회가 그 무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날 박삼구 회장을 아시아나항공 사내이사로 선임할 계획이지만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그룹 측이 이를 반대하며 법적 대응까지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석화 측은 특히 지난주 말 발표한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지분매각 계획이 진성매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의결권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이 27일 주주총회에서 처리할 안건 가운데 하나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하기로 결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나 법률 대응을 포함한 강경대응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박삼구 회장은 지금까지 그룹을 경영하면서 계열사를 워크아웃이나 자율관리에 빠뜨린 만큼 아시아나항공 사내이사 선임에 명백히 반대한다"며 "현재 가장 강력한 수준을 포함해 구상할 수 있는 모든 범위의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삼구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정조준한 셈이다.
금호석화 측은 특히 박삼구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경영이 도의적 측면을 넘어 공정거래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지분 없는 오너가 상호출자를 통해 대표이사를 맡는 등 지배권을 왜곡해 과대 지배력을 행사하고 다른 주주의 권리를 막게 된다"며 "박 회장의 대표이사 취임은 상호출자금지의 취지를 정면으로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이에 대해 "박삼구 회장은 지난 2013년 11월 그룹 지주회사인 금호산업 대표이사로 선임된 바 있고 금호타이어의 대표이사로도 등재돼 있다"며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대표이사를 맡는 것은 타당하고 자연스러운 수순이며 채권단에서도 경영정상화 이행의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 요청한 사안"이라고 금호석화의 주장을 반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무엇보다 27일 아시아나항공 주총 전까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과의 상호출자구조 일부를 해소해 의결권을 확보하는 일이 급선무다. 현재로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과 상호출자 구조에 놓여 의결권이 제한된 만큼 2대 주주인 금호석화가 최대 의결권자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금호산업 경영 정상화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790억원 규모의 금호산업 기업어음(CP)을 출자 전환해 12.83%의 지분을 얻었다. 이로 인해 대기업집단 규제로 두 회사는 6개월 이내에 한쪽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하며 상호출자 지분율이 10% 이하로 낮아지지 않으면 의결권도 잃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이에 25일 1차로 금호산업 주식 161만3,800주(4.9%)를 총수익맞교환(TRS·Total Return Swap)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TRS 거래가 '순수한 매각이 맞느냐'는 것이다. TRS 거래는 대금을 받고 지분을 넘긴다는 측면에서 매각형태를 띠지만 지분을 판 측이 매수자 측에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주거나 일정한 금리를 수수료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대출 성격이라는 해석도 있다. 키를 쥔 쪽은 채권단이다. 채권단은 24일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 측 거래계획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진성매각으로 판단했지만 다른 채권은행의 경우 아직 최종 답변을 산업은행 측에 전달하지 않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자체 법률검토 결과 진성매각이라고 봤으며 24일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호석화는 진성매각이 아닐 가능성을 두고 자체 법률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금호석화 측은 이번 거래에 대한 대응 방안을 24일 확정할 방침이다.
한편 형제 관계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및 매각을 둘러싸고 입장이 엇갈리며 경영권 갈등을 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