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어디까지가 실재이고 어디부터가 그림일까

사진작가 한성필 '듀얼 리얼리티'展

한성필 '듀플리케이션(Duplication)'

속는다는 기분이 불쾌하지 않고 흥미로울 때가 있다. 호기심 어린 감성을 자극하는 이 같은 '눈속임 그림'을 트롱프뢰유(Trompe l'oeil)라고 한다. 보수공사 중인 건물이나 유적지의 가림막을 주로 찍어온 사진작가 한성필(39)이 이런 트롱프뢰유 기법을 사용한 벽화들을 찾아다니며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탐구했다.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진행중인 개인전 '듀얼 리얼리티(Dual Reality)'에서 알 듯 말듯한 신작들을 만날 수 있다. 석양이 드리운 한적한 주택가 옆으로 새들이 날아오르는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는 작품 '듀플리케이션(Duplicationㆍ중복) 2010'은 관람객을 혼란에 빠뜨린다. 어디까지가 실제 풍경이고 어디부터가 그림인지 알아내기 위해 발길을 붙드는 작품이다. 합성이나 연출이 아닌 실제 건물이다. 프랑스의 작은 도시에서 찍은 건물로, 화면 왼편 푸른 하늘이 펼쳐진 부분이 트롱프뢰유 기법의 벽화다. 신라시대 솔거가 황룡사 벽면에 그린 '노송도(老松圖)'에 새들이 머리를 부딪혔던 것처럼 길이 아닌 길로 들어서게끔 만드는 셈이다. 밋밋한 벽면을 그림으로 채워 주민들에게 볼거리도 제공하고자 한 이런 건물을 유럽에서는 종종 볼 수 있다. 작가는 "공사현장의 파사드(방진막ㆍ가림막)는 건물의 이미지나 대가의 명화를 이용해 대중과 함께하는 공공미술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눈속임 벽화도 이와 마찬가지인데, 결국 가상의 것이며 표면적인 허울이지만 이것이 대중과 소통하는 즐거운 작업이 되고 나아가 시대정신까지 반영한다는 데에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그림으로 외벽이 장식된 건물이 바로 옆 건물의 유리벽에 반사된 모습을 찍거나 혹은 처음부터 반사될 이미지를 옆 건물에 그려 넣은 장면 등 작품을 파고들수록 가상과 현실은 더욱 모호하게 펼쳐진다. 공사 중인 베르사유 궁전을 찍은 작품 등 작가는 가림막이나 벽화가 있는 건물을 찾아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이를 발전시켜 요즘은 건물 외벽을 직접 가림막으로 덮는 래핑(rapping)작업까지 시도하고 있다. 2009년 원서동 '공간' 사옥에서 처음 시도했고 지난해 서교동 갤러리잔다리, 고양시 고양문화재단 건물 외벽을 가림막으로 덮어 주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었다. 사진과 영상, 설치까지 16점을 선보인 이번 전시는 5월8일까지 열린다. (02)723-6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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