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융단폭격식 부동산 정책의 허와 실

단기효과 있지만 근본대책 아니다<br>공급확대없는 단기처방..집값폭등 부를수도

최근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정책은 가히 `살인적'이라 부를만 하다. 4월 중순부터 쏟아져 굵직한 정책을 보면 부동산 세제강화, 초고층 재건축 불허,안전진단 강화, 하자발견시 재건축 승인 보류, 기반시설부담금 통한 개발이익 환수등 손가락으로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재건축 비리, 허위 거래신고, 실태조사, 투기조사 등 각종 조사에 가세한 정부부처만도 건설교통부ㆍ국세청ㆍ경찰ㆍ행정자치부ㆍ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이른다. 소문처럼 시작이 노무현 대통령의 한마디에서 비롯돼 충성경쟁으로 이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부 전체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면전에 나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이던 부동산시장은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매수세가 진정되면서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고강도 조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높다. 한 전문가는 "정부의 소나기 정책은 25년만에 전례없는 일"이라며 "워낙시장과 동떨어진 조치여서 예측조차 못하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정부의 부동산 때려잡기 = 정부가 단행하고 있는 행정조치는 재건축 질서 바로잡기와 수요억제를 통한 집값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건교부는 4월 강남 재건축 추진단지들의 집값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초고층 재건축 불허, 하자 단지에 대한 불법행위 조사, 집값 부추키는 시공사, 설계사 등에 대한 세무조사 의뢰 방침을 잇따라 내놓았다. 또 지난 10개월간의 부동산거래 허위신고혐의가 짙은 85건의 매매행위를 적발해주택거래신고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고 국세청에 관련자료를 넘기기도 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말 재건축 비리 특별단속에 착수, 잠실 시영단지의 비리를적발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도 소비자 피해 우려가 큰 허위 과장 분양광고와 계약서약관 등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전국 247개 시군구중 100곳에 486개반 989명으로 짜여진 `부동산거래동향파악 전담반'을 가동, 투기혐의자 색출에 나섰다. ◆후폭풍 몰고 올 세제대책 = 정부의 행정조치가 단기적 방안이라면 세제개편은중기대책으로 볼 수 있다. 임대주택에 대해 등록세율 인하, 기준시가 양도소득세 부과, 중형 임대주택의용지공급 가격 감정가 이하로 조정, 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연기금, 보험사 등재무적 투자자에게 세제혜택 등이 그것이다. 이후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투기와의 전쟁을 해서라도 부동산을 안정시키겠다"고 의지를 천명한 것을 계기로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을 연이어 내놓았다. 7월부터 단독과 연립주택의 양도, 상속, 증여세 과세기준을 공시가격으로 전환,보유세제를 강화키로 했다. 이달에는 이른바 `5.4대책'을 통해 1가구 2주택자가 거주하지 않는 주택과 외지인이 농지, 임야, 나대지를 취득한뒤 양도하는 경우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과세하는양도세 실거래가 과세 확대, 공시가격제 확대 등의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단기 효과 `긍정적' = 강남발 집값 상승은 정부의 단호한 대책에 주춤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5월 첫주간 재건축 아파트를 제외한 일반 아파트값은 0.19% 오르는데 그쳐 전주(0.28%)보다 상승률이 둔화됐다. 강남구는 0.37%에서 0.26%로,강동구는 0.23%에서 0.05%로, 서초구는 0.56%에서 0.54%로 떨어졌다. 시장상승을 주도하던 재건축은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강남구 0.40%에서 0.22%로, 송파 1.26%에서 0.02%로, 서초 0.86%에서 0.61%로 증가율이 눈에 띄게 줄었다. 잠실의 부동산업자는 "인기단지인 잠실주공 1단지의 경우 매수세가 전혀 없는상황에서 매도 호가가 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신 중층 단지들도 거래가 끊기면서 안정추세다. 태성공인 관계자는 "건교부의 중층 아파트 안전진단 강화 등 조치가 잇따르면서거래 움직임이 없어졌지만 거래가 없기 때문에 호가도 별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안전진단을 통과한 강남의 일부 중층 재건축 단지와 과천, 분당 등에서는 여전히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국지적 현상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장기 대책이 아니다' = 전문가들은 일단 정부의 잇단 강도높은대책에 조만간 뚜렷한 가격하락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재건축 단지는 그동안 과대평가된 측면이 강한데다 조합원 부담도 늘어날 수 밖에 없어 가격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조세연구원의 김현아 박사는 "정부의 조세 개편 목적에는 투기억제 뿐아니라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재원분담 등 다른 목적도 있어 이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효과를 기대했다. 반면 주택산업연구원의 장성수 박사는 "지난 25년간 부동산 시장을 지켜봤지만이런 종합선물세트식 정책은 처음"이라며 "정부정책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예측을 못하겠?고 말했다. 장 박사는 "부동산 시장에서 돈을 버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말이개발이익 강화 등 시스템 변화로 이어진다면 투기적 수요는 막을 수 있지만 공급확대없는 세제강화 등 각종 대책은 결국 돈없는 사람의 내집마련을 어렵게 하고 다음정권에 집값 급등의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충고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제로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생각에는 문제가 있다. 주택관련 세금이 올라가면 주택의 가치가 떨어지는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민간보유의 재산가치를 하락시키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볼 수 있다"는견해를 보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김현아 박사는 "최근 부동산 거래에 투기적 수요가 많다는 정부의 판단은 옳은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가 시장을 외면한채 각종 대책만 쏟아놓는 것은 오히려 투기세력의 내성을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중장기적인 목표를 세워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별적으로 이를 활용한뒤 나머지는 시장의 흐름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 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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