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려다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부모 봉양을 게을리한 아들을 상대로 참다 못한 어머니가 소송을 내 친아들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북한에 고향을 둔 이모씨 부부는 6.25 전쟁이 터진 후 아들을 홀로 친척집에 맡겨둔 채 남한으로 내려왔다.
월남한 후 이씨는 춘천 육군 모부대의 자원봉사자로 지원해 구내에서 이발사로 근무했으나 북에 두고온 아들 생각에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53년 4월 이씨 부인은 부대 근처로 나물을 캐러 갔다가 길가에 버려져 있던 혼혈아를 집으로 데려와 정성스럽게 키우기 시작했다. 아이를 키운지 6년이 지난 59년 7월에는 아예 부부가 직접 낳은 친생자로 등록할 만큼 부부가 아이에게 품은 마음이나 정성은 친아들 못지 않았다.
하지만 77년 10월 남편 이씨가 사망한 뒤 성장한 아들은 아버지의 호주를 승계했으나 25년 가까이 길렀음에도 어머니 봉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어머니와 간극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키워준 은혜를 모르고 자신의 일에만 관심을 쏟는 것이 못마땅했던 어머니는 작년 7월 아들이 선교활동을 이유로 미국으로 떠나버린 뒤 아예 부양을 중단해 버리자 참다못해 가정법원을 찾았다.
서울지법 가사5단독 양범석 판사는 이씨 부인이 혼혈인 양아들 이씨를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 부존재확인 청구소송에서 “키워준 은혜를 모르고 부모를 저버린 점이 인정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