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중기중앙회장 선거에 부쳐

지난연말 중소기업중앙회 송년회 자리. 김기문 중앙회장을 비롯한 집행부 임원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았다.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올 한해 중소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중앙회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며 기쁨의 건배사를 외쳤다. 어떤 비상근 부회장은 “확실히 중앙회 임원에 대한 대우가 달라졌다”며 “일할 맛이 난다고”까지 전했다. 실제로 지난 한해는 동반성장과 상생이 우리사회의 화두로 대두되면서 중소업계와 이를 대변하는 중앙회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각종 정책을 쏟아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물론 협력업체를 보호하겠다는 대기업의 약속도 잇따랐다. 말미엔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이 통과되는 등 국회의 지원사격도 보태졌다. 이 같은 달라진 모습에 올초 열렸던 중앙회의 신년회엔 각계 지도층의 여러 인사들이 참석해 중앙회의 위상에 힘을 실어줬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었다는 게 중앙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사실 중앙회는 경제 5단체 중 한 곳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함께 기업계를 대표하는 핵심 단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위상은 5단체라고 하기엔 변변찮았다. 그러다가 올해를 기점삼아 다른 단체랑 엇비슷하게 설 정도가 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위상이 너무 올라간 탓일까. 중앙회를 둘러싼 잡음들이 하나 둘 새어 나오고 있다. 예전같으면 뉴스가 되지도 못할 사안들이 확대 재생산되고, 관심이 더해지면서 한껏 고무된 중기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 특히나 다음달말 300만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24대 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유력 후보자들을 흡집내려는 루머들도 들려오는 모습이다. 가뜩이나 과열ㆍ혼탁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중앙회장 선거가 높아진 위상 때문에 흑색선전, 인신공격 등 파벌싸움으로 번지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일부 협동조합 이사장 등은 중앙회 선거 정관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소해 패소하는 등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농후한 상황이다. 지난해 중소업계는 모처럼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중기인들이 더 커진 파이를 움켜쥐기 위해 사분오열(四分五裂)된다면 국민들의 박수는 언제든지 싸늘한 무관심으로 돌아설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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