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정부 기관이나 기업들이 위험관리(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 차원에서 판ㆍ검사 출신 등 변호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9일 법조계와 정부기관ㆍ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ㆍ감사원ㆍ금융감독원 등 정부(관련)기관이나 SKㆍ한화ㆍ삼성 등 기업들은 경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법조인들을 대폭 보강하고 있다. 특히 사법연수원생 들의 20~30%만이 판ㆍ검사에 임용되고 변호사 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변호사들의 사회 진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17명의 변호사를 확보하고 있는데, 조만간 3명의 사법연수원 졸업생을 추가로 충원할 방침이다. 감사원도 15명의 변호사를 확보, 법무실과 국세심사청구처리, 공적자금 감사에 투입하고 있으나 3명의 신참 변호사를 충원키로 했다. 증권거래소도 사법연수원 졸업예정자를 포함 주니어 변호사를 1명 더 뽑기로 했다. 국세청은 지난 연말 서울지방국세청 법무2과장에 감사원 근무 경력의 고성춘(38) 변호사를 선발했다. 공적자금 관리ㆍ회수 책임을 지고 있는 예금보험공사도 현재 8명의 변호사에다 5명의 검사를 검찰로부터 파견 받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정부의 위임을 받아 금융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금융감독원은 현재 10명의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으나 내달 중 올 사법연수원 졸업자 6명과 1명의 중견 법조인을 뽑을 방침이다. 이 정도 규모는 웬만한 중소형 로펌(Law Firm) 수준. 금감원 박일수 법무실장은 “금융시장에서 좀더 공정하고 투명한 감독기능을 법률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들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 판ㆍ검사 출신 변호사들을 선호하고 있다. 이들은 구조조정본부 또는 각 계열사 법무팀(실)이나 실무부서에서 일하며 회사의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M&A), 신규사업, 대외관계 등 경영전반에 참여, 문제의 사전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대한생명을 인수, 몸집을 불린 한화는 판ㆍ검사 경력자와 국내외 로펌 경력 변호사를 영입키로 하고 공개적으로 물색에 나섰다. SK도 현직 판ㆍ검사를 포함한 중견 법조인을 영입키로 했다. 윤순한 SK그룹 법무실장은 “리스크를 줄이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법무인력의 충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사법연수원 출신 신규 변호사(1명)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 LG는 앞으로 계속 변호사를 충원키로 했다. 판사 출신인 김상헌 LG 구조본 법률고문(상무)은 “IMF 이후 사내외에서 법적 경영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삼성은 최근 이기옥 수원지검 검사를 영입, 6명의 검사 출신 변호사를 확보했다. 이들은 대부분 평검사 출신이지만 임원 수준의 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또 올 사법연수원 졸업생 2명을 채용키로 하고 대상자를 내정했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