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아침에] 경제는 심리라는데…

새정부, 명확한 방향 없고 재계 옥죄는 분위기 팽배<br>경제주체 마음 헤아리는 세심한 정책조합 내놔야


최근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 중소기업 사장을 만났더니 일본 경제가 완연하게 활력을 되찾고 있다며 달라진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백화점이나 식당을 찾아보면 예전과 달리 고객들로 북적이고 사람들의 표정도 훨씬 밝아졌다고 한다. 이미 일본에서는 수입명품이나 자동차 같은 고가품 판매가 늘어나고 부동산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도요타는 해외 수출이 가파르게 늘어나자 직원들에게 두둑한 보너스까지 지급했고 주가도 연일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거품을 우려하는 경고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하나같이 아베 신조 정권이 새로 들어선 후 달라진 풍경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2기를 맞는 미국 경제도 훈풍을 타고 있다. 다우지수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떠나갔던 미국 기업들도 속속 본토로 돌아오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일찍이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국민들의 침체된 경제심리를 되살리는 것에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수출기업들에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등 단계적으로 경기 회복책을 동원해 효과를 거뒀다. 흔히들 경제는 심리라고 한다. 가계나 기업 등 경제주체의 투자심리나 소비심리가 실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소비자신뢰지수 같은 각종 경제지표나 이른바 경제심리학에 대한 신뢰감이 높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똑같은 정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국민의 폭넓은 호응을 이끌어내고 제대로 설득한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훨씬 큰 기대효과를 이끌어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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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비슷한 시기에 권력 교체기를 맞은 일본과 미국 경제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지만 우리는 홀로 동떨어진 채 국민들의 마음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체감경기가 워낙 좋지 않은 터에 부동산이나 주식시장마저 가라앉다 보니 미래를 마냥 비관적으로 보는 우울한 얘기만 나돌 뿐이다. 통상 새 정부가 들어서면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뭔가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며 활력이 넘쳐나야 하지만 우리로서는 그저 남의 일처럼 여겨진다. 새 정부 들어 명확한 방향 제시가 없고 재계를 옥죄는 분위기만 팽배하다 보니 기업들은 잔뜩 움츠려들 뿐 투자를 늘리겠다는 소식은 제대로 들려오지 않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을 거쳐 집권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비전에 대해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하다 보니 국민들로선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창조경제 같은 두루뭉술한 얘기만 나오고 있을 뿐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내놓지 못하는 바람에 모두가 안갯속을 헤매는 형국이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새 경제팀의 면면도 국민들에게 별다른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벌써부터 청와대의 신임을 얻지 못한다거나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마저 높아지고 있을 정도다. 애초부터 고장 난 인사 검증시스템도 문제지만 경제팀의 면면이나 초기 행보를 살펴보면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이 수시로 기업에 대해 투자와 고용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지만 상생이니 경제민주화의 목소리가 과도하게 앞서는 현실에선 왕성한 투자로 이어지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중요한 법이다. 새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때를 놓치지 말고 경제주체들의 마음을 아우르고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과감한 경기대책을 마련해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의욕에 불을 붙여야 한다. 이러자면 국민 대다수가 요구하는 정책을 최우선적으로 반영하고 우리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좋아지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정부가 먼저 확실한 시그널을 줘야만 경제주체들도 마음 놓고 투자하고 소비할 자세를 갖추게 된다. 새 정부는 15년 만에 경제정책장관회의를 부활시킨 데 이어 조만간 종합적인 경기부양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경제주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세심한 정책조합이 더 절실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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