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감사원 리스크'에 금융위는 영역확장… 업무 혁신 추진에도 '복지부동' 여전

■ 달라지지 않는 금감원

"감사원서 지적 받는다"

검사역들 획일적 잣대… 수뇌부 개혁의지 안통해

상당수 권한 금융위 이관… "단순 통계기관 전락" 자조

젊은 직원들 역량 떨어져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에게 개혁 의지가 있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밑에 실무진의 일하는 방식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금융회사에서 불합리한 지적이라고 읍소해도 담당 검사 팀장이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버티면 직속상관인 금감원 국장이나 임원이 설득해도 방법이 없습니다."(A은행 고위 임원)

금융감독원의 위기는 비단 경남기업 파장과 이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 역할 문제뿐이 아니다. 지난 2008년 금융감독기구가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으로 분리된 후 지속돼온 정체성 혼란과 점점 커지는 감사원 리스크는 금감원 직원들을 '복지부동'의 자세로 이끌고 있다.

금감원은 진 원장이 취임한 후 검사 및 제재 혁신 방안을 잇따라 발표하며 시장 친화적인 '컨설팅 검사 기관'으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높여 금융개혁에 보탬이 되자는 취지다. 실제 이 같은 방식의 검사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소적이다. 감사원이 금감원 직원의 목줄을 쥐고 있는 이상 금감원 검사역들이 금융회사 검사 현장에서 수뇌부의 개혁 의지에 부합하는 융통성 있는 검사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B은행의 한 대관 담당 임원은 "금융회사마다 특성이 다르고 규제도 조금씩 다르게 적용할 부분이 충분히 있는데 획일적인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는 금감원의 관행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금융회사 직원들에게 받는 검사 확인서를 없앤다고는 하지만 검사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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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수뇌부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 향후 금융사고가 나도 원칙에 따라 검사한 직원은 면책하는 방안의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법안이 여론과 국회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와 함께 금융위의 역할이 점차 비대해지며 금감원의 영역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금감원 조직의 본질적인 위기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감독기구 분리 이후 시작된 이 같은 현상은 전임인 최수현 원장 시절 금융위와 금감원의 불협화음 속에서 더욱 심각해졌다. 당시 금감원 고유의 검사 및 제재 권한까지 상당수 금융위로 이관됐다. 이러다 보니 무려 1,800여명에 달하는 금감원 직원들이 적재적소에서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 정책 수립 등에 있어서 현장에 밀접해 있는 금감원의 목소리가 거의 사라져버리며 금감원 내부에서는 '금감원이 금융위의 통계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온다. 금감원의 한 국장은 "유일하게 금감원이 바꿀 수 있는 시행세칙마저도 금융위가 감독규정으로 바꿔서 금감원의 역할을 뺏어가고 있다"며 "감독 정책에서 역할이 너무 줄어들다 보니 젊은 직원들의 감독 정책 개발이나 리포트 역량 역시 점점 더 떨어져 간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금감원 조직의 문제가 단순히 수뇌부가 바뀌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진웅섭 금감원장 체제는 '혼연일체'라는 포장 속에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을 그럴듯하게 잠재운 상태지만 수장이 바뀌면 언제든 내재된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금융계에서는 이 같은 비정상적 금융감독 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결국 금융감독 거버넌스 개편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 당국의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임 위원장이 당장 눈앞에 시급한 금융개혁을 위해 광범위한 작업이 필요한 금융감독 거버넌스 논의는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결국 본질적인 개혁은 감독기구 거버넌스 개혁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를 위한 논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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