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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열어보니 헉!… 충격 휩싸인 한국
우려가 현실로… 성장동력 부재가 더 문제 ■ 3분기 성장률 1.6%… 3년만에 최저분기 성장 2%이하 석유파동 등 손꼽을 정도V자 회복 물건너가 저성장 장기화 가능성일부선 "3분기 터닝포인트로 상승" 분석도
김성수기자 sskim@sed.co.kr
김영배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6일 오전 남대문 한은 기자실에서 3^4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설마 했던 우려가 충격적인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2.4%)를 발표할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정부가 장담했던 경제성장률 3%에 대한 기대감은 다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은의 전망치마저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됐다.
26일 한은이 발표한 3ㆍ4분기 실질국내총생산(속보)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최근 국정감사 자료에서 드러난 한은의 전망치(1.8%)와 비교할 때 무려 며칠 만에 0.2%포인트나 떨어진 셈이다. 성장률 둔화세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더구나 전년 동기 대비 분기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진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도 우리나라 경제에 빨간 불로 비쳐지고 있다. 지금까지 분기 성장률이 2% 미만이던 시기는 1980년 석유파동과 1998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사태, 2008년 금융위기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현재 경제상황이 위기 때와 다름없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더 나아가 과거 경제위기 때마다 1%대 성장이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더라도 곧바로 정상 궤도로 돌아섰지만 지금은 'V자형'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시장 여기저기서 한국 경제가 'L자형' 장기 침체의 터널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도 성장에 하방 위험이 더 크다"면서 "L자형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지불식간 가랑비에 옷이 젖듯 성장률이 위기 수준으로 점차 떨어져 위기를 탄력적으로 극복할 만한 회복력을 잃어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기가 일상화돼 저성장 기조를 벗어날 여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위원은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아예 꺾이는 게 아닌지 고민할 상황"이라며 "경제당국은 물론 정치권도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3ㆍ4분기를 터닝포인트 삼아 앞으로는 성장률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살아 있다. L자형 침체라기보다는 '바나나형' 회복을 내다본다는 얘기다. 과거 경제위기 때와 같은 급격한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서서히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분석이기도 하다. 정부가 3ㆍ4분기를 바닥으로 얘기하는 것도 같은 흐름에 있다.
홍춘욱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와 투자 부진에 따른 내수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 경제는 수출이 뒷받침되고 있는 만큼 점진적인 성장률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역조건 변화를 반영한 실질국내총소득(GDI)이 개선됐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일본의 장기 침체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재고조정이 일어나 새롭게 생산해야 할 시기가 오고 있다"면서 "4ㆍ4분기 성장은 3ㆍ4분기보다 소폭 개선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