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금리인하 약발 경기회복 기대 뭉칫돈 몰려금리인하 다음날 나타난 뉴욕 증시 폭등은 월가에서 이례적인 일이지만, 금융완화정책으로 촉발된 유동성 장세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들어 다섯번 단행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 조치로 막대한 유동성이 월가 주변에 대기하고 있다가, 미국 경제에 몇가지 좋은 징조가 보이자 한꺼번에 증시로 몰려든 것이다.
16일 뉴욕 증시는 미국 경제가 올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블루칩 지수인 다우존스 지수는 342.95 포인트(3.2%) 폭등, 지난해 9월이래 8개월만에 1만1,000 포인트를 넘어섰다.
2년째 안정적 변화를 추구해온 다우 지수가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섬으로써 뉴욕 월가에선 이번 폭등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또다른 랠리의 시작인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단 경기 회복 기대감과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랠리의 가능성을 기대하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나스닥 지수는 반도체, 인터넷 장비업체들의 상승에 힘입어 3.9% 급등했다.
■ 경기회복 기대감과 유동성 장세
지난 15일 FRB가 예견된 금리인하를 단행하자, 월가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며 애써 그 의미를 축소했었다. 그러나 월가 투자자들은 하루만에 세상을 달리보게 됐다.
올들어 2.5% 포인트의 금리인하가 단행됨으로써 은행간 콜금리(연방기준금리)가 4%로 떨어졌고, 연간소비자 물가상승율 3.8%를 감안할 때 실질금리는 거의 제로금리 상태로 떨어졌다. 은행에서 빠져나온 대기성 자금이 여건만 되면 증시로 몰려갈 태세를 보이고 있었다.
펀드 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직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4월 주식형 뮤추얼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250억 달러로, 2월과 3월에 240억 달러가 순유출된 것과 비교하면 증시로 돈이 몰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 부문의 침체도 하반기 이후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업경영 분석기관인 퍼스트콜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500대 기업의 수익은 2분기에 지난해보다 평균 11.4% 하락하지만, 3분기엔 2.8%, 4분기엔 8.9% 상승하고 내년 1분기엔 15.3% 증가율을 기록, 완전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됐다.
기업의 수익이 나기 6개월 전에 주가에 반영되는 관례에 따를 경우, 퍼스트콜의 예측을 믿는 투자자라면 지금 주식을 살 때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투자전략가 에드가 피터스는 "연말에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경영실적이 발표되기 이전에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날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0.3% 상승, 월가의 예측치 0.4%보다 낮게 나와 FRB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여주었고, 4월중 신규주택 건설이 3월보다 1.5% 증가한 것도 증시의 호재로 작용했다.
■ 애널리스트를 조롱하는 반도체 주가
골드만 삭스의 반도체 전문가 나타니얼 콘은 이날 아침에 반도체 주를 사지말라며, 투자등급을 하향조정했다. 그러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5% 폭등했다. 그는 반도체 주가가 아직 낮게 평가돼 있고,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고 있는 현상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콘은 지난달 20일에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주를 사라"고 했는데, 그 이후 반도체주가 10~20% 하락함으로써 최근 한달 사이에 두 번이나 오류를 범했다.
그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바라는 대로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월가에서는 반도체에 관한한 애널리스트의 평가와 달리가면 된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소재 메이커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스의 주가는 영업실적이 월가 예상치보다 밑돌고, 애널리스트의 등급 하향조정에도 불구, 8.4%나 폭등했다.
■ 관망적 견해
아직도 미국 경제가 바닥을 지나지 않았다고 보는 비관론자들은 기업 수익 호전이 확인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최근의 랠리가 증시 침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베어마켓 랠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다우존스 지수가 1만1,000을 넘었지만 3일만에 무너진 것처럼 이번에도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김인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