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목(反目)과 갈등의 시대를 접고, 화해와 협력의 새 지평을 열자. 서울경제신문은 갑신(甲申)년 새해를 맞아 이같이 제언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사분오열하고 있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제몫챙기기에 혈안이 돼있고, 세계와 경쟁해야 할 경제계는 비자금수사 등으로 앞으로 나가기는 커녕 뒷걸음치고 있다. 바른 사회로 나가기 위한 진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고통스럽고, 국민들은 그만큼 곤고(困苦)하다.
갑신년 새해 한국경제는 앞으로 100일에 운명이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의원 선거 등으로 온 나라가 진흙탕싸움을 벌인다면 우리는 희망을 잃을 것이다. 대립과 갈등보다 화합과 상생(相生)의 시대를 열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정치권이 반목하고 노사가 등을 돌린다면 우리경제는 더욱 뒤쳐질 수 밖에 없다.
세계는 뛰고 있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 우물쭈물하다 세계경제의 회복 대열에서 낙오할 수 있다. 우리가 주춤거리는 동안 성장가도를 질주한 중국은 이제 자본력까지 갖추고 국내 주요기업을 사들이며 기술을 통째로 가져가고 있다.
그러나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4월 중순까지는 정쟁(政爭)이 극한상황으로 치달을 것이고, 그에 편승해 노사갈등도 더욱 악화될지 모른다. 기업들은 이 같은 국내상황에 환멸을 느껴 중국 등으로 새로운 `희망`을 찾아 정든 조국을 떠나고 있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는 우리의 미래는 없다.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화해와 협력이 더욱 더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힘을 모아 함께 뛰어야 한다. 나라빚을 갚겠다며 전국민이 금붙이를 들고 나서고 축구공 하나에 온나라가 붉은 색으로 똘똘 뭉쳤던 저력을 다시 되살려야 한다.
대립과 갈등, 반목 구조는 의외로 쉽게 상생구조로 바꿀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종교계를 설득해 서울외곽순환도로의 사패산터널공사를 2년만에 재개한 점은 대화로 풀 수 없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사회를 이끄는 지도층이, 노사가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한다면 풀지 못할 난제는 없다.
김영호 경북대 교수(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지난 1년간 사회적 변혁으로 이전과 같은 사회통합은 힘들어졌지만 새로운 도약을 위해 모두가 자기몫을 내놓는 나눔의 마음을 갖는다면 생산적인 사회통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와 답은 항상 같은 곳에 있다. 갈갈이 찢어져있는 만큼 통합도 쉬울 수 있다는 얘기다. 네덜란드의 노사정 대화합이나 아일랜드의 도약 등은 모두 최악의 상황에서 더 이상 후퇴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후퇴할 수 없다. 우리 다시 한번 힘을 모아 힘차게 뛰자.
<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