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사회적 책임 지는 사외이사 필요


현재 우리나라의 사외이사 제도는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로 대주주와 경영진을 적절히 견제와 감시할 수 있는 경영지배구조 개선책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이후 지난 2001년 증권거래법이 개정되면서 모든 상장회사에 의무적으로 도입하게 됐다. 실질적 내용 면에서는 제도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지만 겉모습으로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게 됐다. 하지만 2010년 100대 상장기업의 이사회 안건이 거의 100% 찬성으로 통과되고 있다는 점은 사외이사의 역할인 견제와 감시의 기능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사외이사라면 굳이 둘 필요가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사외이사의 보수ㆍ 독립성ㆍ전문성을 높이고 심지어 일정 비율을 소비자 및 시민단체 등으로 배정하는 등 제도개선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제도적인 면에서는 한국의 사외이사 제도는 부분적으로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전체적으로는 글로벌스탠더드에 부합한다. 지주회사나 계열사의 상근임원이 자회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있다는 점 등 독립성 문제를 제외하면 더 수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덧붙여 감사위원회도 현행법의 3분의2 이상 비상근 요건을 위원 전원으로 확대하면 더욱 완전한 독립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내용 면에서 전문성은 사외이사를 선임할 당시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이런 점에서 감사위원회 등 사외이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 풀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현행법상 한 사람이 2개 회사까지만 사외이사를 맡을 수 있도록 제한한 것은 상장기업 수 등을 고려할 때 전문성을 거꾸로 끌어내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와 함께 사외이사의 역할ㆍ기능과 책임에 대해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사외이사의 일정 비율을 소비자ㆍ시민단체 등에 배정하는 선임방안처럼 타율적인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제도를 운용하는 당사자인 대주주ㆍ최고경영자(CEO)ㆍ사외이사들이 스스로가 인식을 변화해 운용을 취지에 맞게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외이사들에게 그 역할에 맞는 사회적 책임(법적ㆍ도덕적)을 요구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중과실(gross negligence)로 제 역할을 못했을 때의 법적 책임과 손해배상의 위험부담을 고려할 때 전문성이 부족해 스스로가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면 사외이사를 맡지 않으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또 안건이 부적절하다 생각하면 이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외환위기 전 한국 기업들의 외부 회계감사보고서는 '고무도장'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요식행위로 여겨졌다. 기업 회계분식이 사회적 문제로 크게 대두되고 회계법인의 불법 의도와 상관 없이 중과실에 의한 부실감사에 대한 법적 책임과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사건이 늘어남에 따라 짧은 시간 내에 회계법인들의 감사 자세와 접근법이 많이 바뀌었으며 그 결과 한국 기업들이 재무회계 투명성이 크게 향상됐다. 이처럼 사외이사 스스로가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면 변화를 빨리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사외이사 보수문제도 이러한 책임과 전문성에 따라 적정성을 논해야지 단순 시간 대비로 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사외이사를 바라보는 기업의 대주주ㆍCEO의 의식부터 변해야 한다. 불필요한 요식행위가 아니라 기업가치 증가에 기여할 수 있는 '자문형 견제와 감시'기구로 사외이사를 인정해야 한다. 사외이사 후보를 고려할 때 누가 기업가치 증대에 더 기여할 수 있는 전문성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우선시하고 그들의 활동에 실질적인 독립성을 확보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처럼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기업들의 편법증여,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중소기업 협력업체에 대한 불법 부당행위 등 윤리경영에서 벗어나는 일들이 대두되는 것은 기업ㆍ 대주주나 국가경제에 큰 손해가 된다. 더 나아가 시장경제 체제가 불안해질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시대는 제품과 경쟁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도덕적 명성이 무너지면 기업도 한순간에 쓰러질 수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의식을 바꿔 사외이사 제도를 정도 경영을 확립 할 수 있는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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