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아류'십상시'(十常侍), 그들이 사는 법

이철균 경제부 차장 fusioncj@sed.co.kr


촉이 발달한 그들이 권력을 '얻는' 방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동소이하다.

먼저 줄 대기 혹은 투자다. 미래의 권력을 찾아 그 주변의 핵심 인사들을 두루 섭렵한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사교성을 발휘, 환심을 얻는 것이 시작점. 적당히 무장한 지식으로 '전문가'로 인정도 받는다. 투자에 성공하면 어느덧 미래권력의 '이너서클'에는 들어간다. 그렇다고 '핵심'은 여전히 아니다. 주변부에 머문다. 그들은 주변부를 더 선호한다는 얘기도 있다. '특정인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것을 꺼린다. 실패할 경우 또 다른 미래의 권력을 좇아야 해 '꼬리표'가 붙는 것에 부담이 커서다.


그다음은 '이력관리'. 이쯤부터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된다. 주변부에 위치한 그들은 승부수를 던진다. 그간의 투자를 바탕으로 정당이나 정부부처의 각종 위원회와 자문기구 등에 명단을 올리는 게 1차 목표다. 그들의 이름 뒤에는 금융부터 부동산·에너지·정보기술(IT)·환경·복지·해양 등 각종 분야의 전문가라는 별칭도 붙어 있다. 제법(?) 이력도 있고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수년 투자를 해왔던 땀의 결과물이다. 물론 이곳은 잠시 거치는 정차역이다. 대통령 후보의 캠프를 거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명단을 올리는 것이 2차 목표다. 권력에 가장 가깝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 2차 목표까지 이루면 제법 큰 낙하산을 갖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권력지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은 핵심 인사들의 '입'을 종종 활용한다. 효과는 만점. 이력과 평판에 웬만한 오점이 없는 한 낙하산을 펴는 데 큰 무리는 없다.

관련기사



진면모는 낙하산을 펼친 뒤부터 나타난다. 정부부처부터 기관 등의 자리를 꿰찬 뒤 역시 '입'을 활용, 그들의 권력을 과포장한다. '대통령의 최측근인 ○○와 형님-동생 하는 사이'라는 소문은 그래도 애교다. '△△분야는 대통령에게 직언하고 독대하는 인물'이라거나 '대통령에게 누나라고 부르는 사람'이라는 확인불가의 말이 퍼진다. 무혈입성은 수순일 뿐.

이후 결과는? 열에 아홉은 조직이 흔들린다. '대통령'의 이름을 빌어 부풀려진 권력을 관리하기 위해 그들은 칼과 당근을 휘두른다. 인사 전횡도 한다. '이번 인사는 낙하산으로 내려온 ▲▲의 작품', '장관(급) 위에 차관(급)'이라는 소문이 꼬리를 물면서 조직의 위계질서는 무너진다. 본업에는 관심이 덜한 탓에 정책의 헛발질도 다반사다. 그래도 굴하지 않는다. 대통령과 청와대로부터 좋은 평가만 받으면 유지할 수 있기 때문.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통령이 '국가개조'를 선언했다. 정부부처의 조직개편부터 총리를 비롯한 조각 수준의 내각교체, 청와대 비서실 대폭교체, 책임총리-장관제 등을 예고했다. 하지만 빠트린 게 하나 있다. 그들, 바로 수백명에 이르는 '아류십상시' 문제다.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몸통을 흔들고 국정을 농단하는 그들에 대한 정리 없이는 국가개조는 잠시의 '요란함'일 뿐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