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도둑놈과 도둑님

金熹中사회부차장「도둑은 씨가 없다」는 말이 있다. 본래부터 도둑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 도둑질이 좋아서 하는 사람은 없다. 살다보면 생활이 어렵고, 그러다보면 자연히 남의 물건에 손을 뻗치게 되는 법이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도 있다. 도둑질이 양심에 반하는 일이고 보면 도둑질을 하고 나서 편안히 잠을 잘 수 없는 일이다. 도둑을 당한 사람들이 얼마나 가슴 저려할까, 발각돼 유치장신세를 지지 않을까 등등 도둑질을 하고나면 왠지 더 불안해지는게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도둑이 더 큰 소리를 치고, 허가받은 도둑질이 성행하고 있다. 지난주 우리는 도둑놈 대표와 도둑님 대표를 만났다. 이름하여 신창원(申昌源)과 임창열·주혜란(林昌烈·朱惠蘭)씨 부부다. 둘다 출신은 다르지만 도둑질한 대목에 있어서는 오십보 백보다. 한사람은 출신성분이 나쁠 뿐이다. 부부는 출신성분이 화려했지만 비위의 본질인 도둑이라는 점은 같다. 도둑놈은 가진게 없어 맨 몸으로 훔쳤지만 도둑님은 직위를 최대한 활용해 땅짚고 헤엄치기식으로 도둑질을 했다. 우리 사회가 정의가 올바로 서지 못하고 부패한 이유는 바로 도둑님들 때문이다. 도둑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부도덕한 정치인은 이미 내놓은 자식이고, 고위공직자·기업체 임직원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옛말에 포졸 열이 도둑 하나를 잡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만 이 도둑님들은 아무리 잡아내도 계속 생겨난다. 도둑놈과 도둑님은 질적으로 다르다. 도둑놈은 자기보다 가난하거나 힘없는 사람들의 집은 털지 않는다. 잡범을 빼고는 말이다. 그러나 도둑님들은 그렇지 않다. 자기보다 힘없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노린다. 훔치는 방법도 비열하다. 그냥 달라고는 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저절로 내놓게 만든다. 그 내놓게 하는 방법은 야비하기 그지없다. 교활하기도 하다. 자신은 뒷전에 물러나 있고, 안사람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林·朱부부의 예에서 잘 알 수 있다. 통상산업부 장관이라는 직위를 활용해 산하기관의 건강진단을 싹쓸이했다. 그것도 모자라 다 망해가는 경기은행의 돈을 먹었다.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을 이용해 돈을 뜯은 것이다. 보통 사람의 경우 힘없는 사람에게는 마음이 약해지는 법이다. 그러나 도둑님들은 힘없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강하고, 강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약하다. 도둑질을 하고나서도 뻔뻔하기 그지없다. 받은 명목이 정치자금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치자금은 면죄부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정치적인 목적으로 그 돈을 썼으면 할 말은 별로 없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지도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점심을 거르고, 부모를 잃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결손가장들에게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한번 생각해 보자. 도둑놈과 도둑님이 챙긴 돈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많을까. 아마도 도둑님이 챙긴 돈이 몇배나 많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도둑놈을 동정하고, 도둑님을 질시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 때문이다. 도둑님이 챙긴 돈이 도둑놈의 것보다 적을 때 우리사회는 밝고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도둑놈도 잡아야겠지만, 더 큰 도둑님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 사회는 건강하고 살기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JJ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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