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일본 중의원 총선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연립여당이 헌법개헌 발의가 가능한 3분의2인 317석을 넘는 326석을 확보해 압승했다. 아베는 4월 소비세 인상(5%→8%)의 여파로 3·4분기 성장률이 연율 -1.9%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2년 동안 추진해온 아베노믹스에 대해 재신임을 묻는 차원에서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치르는 아베 특유의 도박을 단행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환율전쟁·日 개헌 소용돌이 불보듯
아베는 지난 2012년 말 취임하면서 두 가지 큰 과제에 직면했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1992년 이후의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빠져 있고 △그럼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243%에 이르는 막대한 국가부채가 경기진작을 위한 재정정책을 펼 수도 없도록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수렁에서 일본 경제를 건져내려는 정책이 바로 아베노믹스였다. 그러나 수입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 개선이 부진해 소비세 인상의 여파가 3·4분기까지 미치자 아베노믹스를 계속 밀고 나갈지 재신임을 묻기에 이르렀다.
20년 장기불황에 지친 일본 유권자들은 이 불황을 타개해보겠다는 아베를 다시 지지함으로써 아베노믹스는 탄력을 받게 됐다. 강력한 엔저 지속, 법인세 인하, 소비세 인상 연기(2015년 10월→2017년 4월), 재정지출 확대, 지방경제특구 개발 등 신경기대책을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중 달러당 130엔을 넘을 수도 있다. 반면 원화는 일본과 유로존에서 풀린 돈이 유입되는 등 엔저만큼 저평가되기 힘들기 때문에 100엔당 800원대 중반까지 하락해 한국수출에 타격이 클 것은 불문가지다. 2~3년 걸릴 미국 금리정상화 계획과 일본 물가상승률 전망을 고려할 때 이런 추세가 2~3년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도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어 동북아는 환율전쟁 국면이다. 한국이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외교면에서는 아베의 승리로 일본 평화헌법 개정 논의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1946년 미군정하에서 제정된 일본헌법은 전쟁·군대보유·교전권을 금지하고 있다. 이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전후체제를 종식시키자는 개헌 논의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번 아베의 승리로 개헌논의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패전 70주년으로 전후체제 종식 논의가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열풍·정쟁에 빈국약병 우려
연립여당은 이번 승리로 오는 2018년 말까지 다수당의 위치를 점하게 됐고 2016년 여름 치러질 참의원 선거에서 3분의2석을 확보하면 중참의원 양원에서 개헌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9월 3년 임기의 자민당 총재 선거가 있지만 이번 총선 승리로 이변이 없는 한 아베의 재선이 확실해 보인다. 이렇게 되면 참의원 선거 후 2016~2018년 중 헌법개정 논의가 절정에 달할 수 있다. 당연히 이는 한중일 간 가장 큰 외교분쟁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2~3년은 경제적으로 환율전쟁, 외교적으로는 평화헌법 개정 논의로 동북아는 격랑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과 중국은 한결같이 부국강병을 추구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성장동력은 갈수록 위축되는데 복지 열풍으로 국방예산은 갈수록 줄고 정쟁이 그치지 않는 빈국약병의 길로 가고 있어 다가올 격랑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걱정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