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로스터·찜기 등 대체 '자이글' 일본에 30만대 수출 대박

이진희 자이글 대표<br>적외선 이용 발열고기·야채 등 냄새·연기 없이 조리<br>세상에 없던 제품 개발… 주변 만류에도 고가 전략<br>"미국·유럽 글로벌 공략 10년내 3000억 매출 자신"

이진희 자이글 대표가 9일 서울 가양동 본사 사무실에서 적외선 웰빙 로스터인 자이글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자이글

"자이글은 로스터, 찜기, 전자레인지, 오븐까지 대체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관련 시장의 일부만 침투해도 10년안에 2,000억~3,000억원의 매출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9일 서울 가양동 본사에서 만난 이진희(45ㆍ사진) 자이글 대표는 "현재까지 자이글 수출 실적이 3,000만달러어치(사입 부문 포함)에 달한다"며 "자이글 인지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일본 시장을 발판으로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자이글은 이 대표가 2005년부터 5년에 걸쳐 직접 개발한 프리미엄 로스터다. 적외선을 통한 상부발열 하부 복사열 방식으로 냄새와 연기 없이 고기나 생선을 구울 수 있고, 수분 손실 없이 야채나 빵도 구울 수 있게 개발됐다.

이 대표는 기계에는 문외한이다. 하지만 개발만 되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제품이라는 확신 속에 관련 논문과 서적을 빠짐없이 뒤졌다. 결국 시제품을 만들어줄 철공소를 찾아다니며 발품을 판 끝에 2009년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는 이 대표가 지분 투자한 중국 현지 공장 네 곳에서 OEM방식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 대표는 "10만원대 적외선 램프를 달고 고가 스마트폰에 쓰는 강화플라스틱으로 몸체를 만드니 제작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며 "그러나 최고의 품질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최고의 부품만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로스터 시장은 저가 제품만 팔린다고 모두들 만류했지만 자이글은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제품이라 반드시 수요가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판로를 뚫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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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장을 만든다는 확신을 가지고 홈쇼핑을 통해 마케팅을 시작했지만 직화냄비가 같은 시점에 시판되면서 가격이 4배 이상 비쌌던 자이글은 눈길을 끌지 못했다. 그렇게 1,000대 이상의 재고가 쌓였다.

그럼에도 불구, 이 대표는 멈추지 않았다. 해외인증을 받고 제품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했다. 당장 자금 사정이 어려워도 덤핑 판매, 외상거래 등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중소기업이 살아남는 길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

이 대표는 "매출도 거의 없었지만 끊임없이 제품을 보완하고 철저하게 브랜드 관리를 했다"며 "스위스 바이어가 스위스에서 자이글이 나왔더면 벌써 글로벌 브랜드가 됐을 거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폭발적인 반응은 한국보다 일본에서 먼저 터져 나왔다. 지난 8월 일본 최대 홈쇼핑인 자판앤다카다에서는 15분 만에 4,500대가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일본에 수출한 물량만 30만대. 이 대표는 "일본 시장에서 성공하면 미국, 유럽 시장 진출의 발판은 마련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제품 인지도가 높아지자 유사품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올초 중국 광저우 가전박람회에서 유사 제품이 전시돼 이 대표가 직접 짝퉁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이 대표는 "한해 특허 관리 비용으로만 4,000만~5,000만원을 쓰고 있다"며 "하지만 겉모습은 따라할 수 있어도 대류작용을 통해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기술 등 고차원의 기술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자신했다.

이 대표는 자이글 제품을 이용해 최고의 식재료를 직접 구워먹어볼 수 있는 직매장도 만들 계획이다. 일반 음식점처럼 식사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자이글 제품을 접하도록 하겠다는 것. 향후에는 가전 제품 전문 브랜드로 발돋움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주요 거점에 자이글 제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매장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자이글 프리미엄 로스터 외에도 선풍기, 커피메이커 등 다양한 가전 제품을 이용해볼 수 있도록 꾸밀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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