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시장 외면 잇속 챙기기 급급… IPO시장 성장 가로막아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신정석씨(가명ㆍ42)는 20일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믿고 공모주 청약에 쌈짓돈을 투자했던 골프존이 상장하자마자 9% 이상의 급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아직 공모가 이하로 빠지지 않아 손실을 입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계속 보유해야 하는 지 고민이 많다. 신 씨는 “상장 전만해도 앞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증권사 보고서가 많았는데 막상 상장되자 마자 골프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해 답답하다”며 “핑크빛 전망을 담은 보고서도 증권사에서 나온 건데 기관과 외국인이 왜 이렇게 파는지를 모르겠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기관과 외국인들이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단기매매를 통한 잇속 챙기기에 나서고 있어 투자자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기관과 외국인들은 공모주가 상장된 뒤 시초가가 공모가를 웃돌 경우 여지없이 대량 매물을 내던지면서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증시 상장 전 공모가를 부풀린 뒤 상장 첫날 대규모 물량을 시장에 파는 식의 기관과 외국인 놀음에 개인만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20일 코스닥시장에 이름을 올린 골프존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 골프존은 공모주 청약에서 3조5,000억원 이상이 쏠리는 일명 ‘대박’을 터뜨리며 시초가가 9만4,400원에 결정됐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공모주 배정물량의 13.4%를 쏟아내자 주가는 9% 이상 급락했다. 올해 상장한 18개 기업 가운데 15개사가 상장 첫날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 중 10% 이상의 급락세를 보인 종목 만도 10곳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수익 창출에 눈이 먼 기관과 외국인들이 단기 매매 행태로 일관하면서 개인 투자자에게 대규모 손실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IPO시장 발전에도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관과 외국인이 증시 상장 전 공모가를 부풀린 뒤 상장 첫날 대규모 물량을 시장에서 파는 등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며 애?J은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만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IPO 관련 고위 관계자는 “기관이나 외국인들은 IPO시장의 기반을 조성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수익을 낼지에 혈안이 되어 있다”면서 “기관이나 외국인들은 자산운용사나 저축은행 등의 배정물량 확보 경쟁으로 공모가가 오른 뒤 얼마만큼의 차익을 남길 수 있는지에 계산해 상장 첫날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IPO 담당자도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이하를 적어낸 곳에는 물량이 배정되지 않는점이 결국 앞다퉈 기관들이 공모가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기관이나 외국인들은 이후 핑크빛 전망이 가득한 보고서와 높은 공모가를 기반으로 시초가가 오르면 대량으로 팔아버리는 식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관과 외국인의 단타매매로 IPO시장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자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초과배정옵션제도의 정착이 주요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수급조절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초과배정옵션제도가 현재 나타나고 있는 IPO시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여기에 장기 투자 문화 정착을 위한 기관과 외국인의 생각 변화와 투기가 아닌 투자에 집중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 바꾸기가 이뤄졌을 때 국내 IPO시장의 성장이 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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