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석기씨의 실업나기] (1)

신세대 실직자 김석기(30)씨. 3년전 H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컴퓨터그래픽 관련업무를 담당했다. 독특한 디자인 솜씨로 꽤나 촉망받던 그는 지난 8월 회사가 사업부문을 포기하는 바람에 졸지에 실직자가 됐다. 그가 경험한 실업급여신청, 구직등록, 재취업정보얻기 등 실직자나 직장인이 알아둘만한 「실업정보」를 10회에 걸쳐 연재한다.라니냐 현상으로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는데 직장에서 퇴출당한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춥다. 5대 그룹의 부실계열사 정리 강풍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거리로 내몰리는 직장인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아침에 출근해보면 옆자리 동료가 안나오게 될 수 있지만, 그게 자신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회사는 무턱대고 정리해고를 하지는 않는다. 기업에 따라 약간씩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인사고과가 나쁜 사람 진급탈락자 계약직 및 촉탁사원 출산을 앞둔 여직원, 병가를 내는 직원 불친절한 직원 상사나 동료에 미운털이 박힌 사람 등이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인사고과를 이용하는 것이다. 인사과에서 인사고과와 진급탈락자를 정리해고 1순위로 내세우는 이유는 객관적인 자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기업마다 엇비슷한 능력의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능력이나 실력은 대동소이하다. 그 비슷한 능력의 직원중 일부를 해고하는 만큼 해고 대상자의 불만을 클 수 밖에 없다. 이때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인사고과와 진급탈락 여부고, 이것을 들이대면 대부분의 대상자들은 수긍하고 포기한다. 계약직직원들은 정규직사원과는 달리 퇴직금이 없거나 낮으며, 계약기간 후에는 일방적으로 해고할 수 있다. 계약직은 3개월이나 6개월, 길게는 1년단위로 계약하는데, 계약직원들을 해고한 뒤 이 자리에 정규직원을 계약직으로 돌려 앉히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일종의 편법으로 정규직 사원을 해직시키는 방법이다. 노동법과 회사규정에는 출산휴가가 명시돼 있다. 따라서 출산이나 병가를 공식적인 해고사유로 내세울 수는 없다. 하지만 현실은 출산을 앞둔 여직원들은 정리해고 되고 있다. 몸이 아파 병가를 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한 은행의 주거래점포 만족도조사라는 고객 설문지 맨 마지막장에 최근 3개월동안 특별히 불친절하게 느낀 직원을 적어달라고 쓰여있다. 어떤 기업은 불친절한 직원을 가려내기 위해 손님으로 가장한 본사직원을 암행시키기도 한다. IMF이후 고객들에게 불친절한 직원이나 동료관계 좋지 않은 사람들도 「퇴출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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