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씁쓸한 뒷맛이 남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매일같이 명품매장을 들락날락하는 부유층이야 신나겠지만 대출이자 갚고 자녀들 교육비 떼고 나면 먹고 살기도 빠듯한 서민들은 명품 신발 한 켤레, 핸드백 하나 집어 드는 게 결코 쉽지 않다. 명품 할인행사가 남의 집 잔치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나마 어렵사리 돈을 좀 모았다고 해도 이번에는 떨어지지는 않고 오르기만 하는 가계물가가 발목을 잡는다. 1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보다 1.5% 오르는 데 그쳤다고는 하나 생선ㆍ채소 등과 같은 신선식품 가격은 9.3% 뛰었고 전기ㆍ수도ㆍ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폭도 4.4%나 됐다. 몇 개 사지 않았는데 5만원권이 순식간에 동전 몇닢으로 바뀌는 것도 이미 오래 전 일이다. 분명히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데 요지부동인 상품도 적지 않다. ㎏당 5,000원이 넘던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절반 수준인 2,00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일반식당에서는 1인분(약 250g)에 1만원 아래로 내려올 생각을 않는 것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계층 간 양극화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때다. 중산층 붕괴, 가계불안 같은 어두운 소식도 계속 들려오고 있다. 여기에 서민과 고소득층이 느끼는 체감물가까지 달라진다면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마련이다. 곧 출범할 새 정부는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해서라도 가계물가 안정에 보다 힘을 기울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