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1일 대기업 총수들을 만났다. 8∙15 경축사에서 밝힌 '공생발전'을 위해 대기업의 역할을 주문하는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총수들에게 이대로 가다가는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사태가 올 수 있으니 대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대통령이 체제를 뒤흔들 불안 요인으로 지목한 것은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다. 지난 10여년간 신자유주의가 쓰나미처럼 할퀸 한국사회는 사실 폭발 직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업 앞에 희망을 잃어버린 청년세대, 600만명에 육박하는 저임금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생활고,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에 이은 전세대란, 여기에다 환율∙금리정책 실패에 따른 물가폭등까지…. 한마디로 서민들은 점점 먹고 살기 힘들다. 좌든 우든 이념은 중요하지 않다. 기존 정당들은 이런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위로조차 못 해주고 있다. 대신 침을 뱉어 버리고 싶은 파렴치한 짓만 벌인다. 강용석 의원 제명안 부결을 보고 분노하지 않는 국민이 어디 있으랴. 그뿐인가. 나라 곳간은 거덜이 나든 말든 눈앞의 표를 위해 '무상복지' 경쟁을 벌이는 걸 보면 가관이 아니다. 재보선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한 한나라당이 안달이 나 먼저 포퓰리즘을 외치는 것도 그렇고 10년간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이 재집권을 위해 나랏돈을 펑펑 쓰겠다고 나서는 꼴도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다. 진보와 도덕성을 앞세운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2억원 제공사건 역시 어처구니가 없다. 말끝마다 참교육을 외치던 소위 진보주의자들이 어쩌면 그렇게 그들이 적으로 간주하던 보수세력과 판박이 행태를 보이는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개혁적이고 참신한 이미지밖에 알려진 게 없는 일개 벤처기업가 출신 안철수 교수가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며 대선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무능하고 썩은 기성정치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 때문이다. '안철수 쇼크'를 접한 정치권의 반응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는 둥 유치하기 짝이 없다. 그런 인식에 머문다면 제2, 제3의 안철수의 등장은 시간문제다. 정치권, 이제라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