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의 문화 콘텐츠가 있는데 차세대 캐릭터와 스토리는 한국 등 아시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양권의 영화제작자·작가·감독·아티스트들과 손을 맞잡고 글로벌 프랜차이즈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1989년 팀 버턴 감독의 '배트맨'을 시작으로 열다섯 편에 이르는 '배트맨' 시리즈의 제작을 총괄한 마이클 유슬란(64·사진)은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영웅의 모티브는 이집트나 그리스 신화에서 가져온 것이 많고 이 이야기들은 너무 유명해 알려지지 않은 동양 문화권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한 갈증이 큰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13일 방한했다. 그는 20대이던 1979년 '배트맨' 시리즈의 판권을 산 후 10여년의 노력 끝에 영화를 만들기에 이른 것도 '배트맨' 시리즈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10대 때 '배트맨 TV쇼'가 시작됐는데 그 작품은 나를 실망시켰다. 내가 굉장히 사랑하는 배트맨을 농담거리로 만들었고 모두 그를 보고 비웃었다. 나는 그 사실이 마음 아팠고 언젠가 제대로 된 배트맨을 보여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은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코믹북을 좋아했고 내가 사랑하는 만화의 장점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본인의 열정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경우 그런 열정은 다른 이들에게, 특히 관객들에게 전염되고는 합니다."
물론 모든 일이 술술 풀린 것은 아니었다. 판권은 구했지만 모든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제작을 거절했다. "그들은 '진지한 배트맨'은 아무도 보고 싶어 하지 않으며 그것은 최악의 아이디어라고 잘라 말했다." 그 역시 스스로 '나 혼자 고집을 부리는 것인가'라며 계속 질문을 던졌다고 했다. 하지만 결론은 '내가 맞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10년을 기다렸고 버턴을 만났다. 만화계뿐 아니라 영화계의 판도를 바꾼 걸출한 슈퍼히어로 시리즈가 시작된 것이다.
그는 시리즈의 성공은 함께 일한 천재들 덕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들이 캐릭터를 충분히 이해한 후 열정적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시리즈의 성공은 버턴이 1989년 연출한 훌륭한 첫 번째 영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이 영화는 배트맨에 관한 것이 아니라 브루스 웨인이라는 인간에 관한 영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살아가며 길을 잃는 모습, 그 개인적 여정이 표현돼야 한다고 했고 실제로 생각을 온전히 표현했다. 그의 영화는 만화영화 캐릭터라면 우스꽝스러운 모습만을 떠올리던 관객들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다크나이트' 삼부작을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에 대한 찬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놀런은 배트맨의 존엄성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그는 배트맨을 웨인과 분리된 상징적 존재가 되게끔 하는 데 성공했다. 악당과 싸우며 평생을 헌신할 각오가 돼 있다면 누구라도 망토를 두르고 정의를 위해 싸울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의 메시지를 주면서 사람들을 열광시켰다"고 말했다.
끝으로 유슬란은 차세대 캐릭터와 스토리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나오리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