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국민은행 인사권 놓고 고위층 충돌

조직 바로 세우기냐 과도한 개입이냐 … KB 끝없는 소용돌이

외부 줄대기 문화 만연 개혁 VS 불법 행위 없는데 감사는 부당

양측 충돌 진행 상황 따라 그룹 전체 지배구조로 불똥튈 수도


국민은행은 유독 '정치금융'이 심한 금융회사 중의 하나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이 이명박 정부 시절에 선진국민연대와 정치권에 줄을 대면서 외풍에 시달리고 일부 조직원들은 외부청탁에만 힘을 쏟았다. 임직원들의 사기는 자연스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조직 내부적으로나 금융감독당국에서도 "KB의 조직 문화를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질 정도였다. 인사 쇄신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정병기 국민은행 신임 감사를 포함한 감사실이 본격적으로 인사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집행 과정에서는 은행장과 감사의 갈등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감사 과정에서 인사 대상자들의 실명까지 송두리째 뒤집어본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단순한 감사가 아니라 지배 구조 전체에서 '보이지 않는 손'의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 내부에서도 조직 바로 세우기냐, 과도한 인사 개입이냐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잇단 사고의 책임을 두고 KB금융지주와 계열사 간, 조직 내부에서도 책임 소재 여부를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어 조직이 지나치게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갈등 소용돌이에 빠진 KB=정 감사는 취임 직후 "국민은행 인사가 외풍에 시달리며 임직원의 장래가 예측 가능하지 않게 된 데 따라 최근 일련의 사고가 발생했다"며 "인사 시스템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도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은행권 전체적으로 외부에 줄 대는 문화가 너무나 만연해 있다"며 "이런 문제만 바로잡아도 감사로서 할 일은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의 고질병을 치유하겠다는 의도이지만 그럼에도 감사와 은행장 사이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정 감사의 의도는 맞고 옳은 부분도 있지만 그 과정이 거칠다는 것이다.


당장 지난 1월 인사 때 감사가 은행장의 핵심 측근 교체를 추진했다는 게 은행 내부에서는 정설이다. 정 감사는 "문제가 있는 인사는 건의를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은행장 측근 인사를 두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라는 말도 있다. 당시 은행 노조가 반발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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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감사도 은행의 인사 시스템을 바로잡는 것이지만 인사권을 쥔 행장 입장에서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인사에 문제가 있음이 밝혀지면 이에 대한 화살이 최종적으로는 행장으로 가게 되는 탓이다.

그럼에도 인사 시스템을 둘러싼 은행 내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 감사의 인사 시스템 개혁 의지가 워낙 강한 탓이다. 정 감사는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1월 초 국민은행 감사로 임명됐다.

◇갈등 소용돌이에 빠진 KB=갈등은 단순히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도쿄지점 부당 대출과 국민주택기금 채권 횡령, KB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에 이어 KT ENS 대출 사고까지 벌어지는 상황에서 책임 소재 여부를 두고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은행이나 카드사 같은 일부 계열사에서는 지주사가 책임 문제와 사고 수습을 두고 과도하게 계열사만을 옥죄고 책임을 묻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많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사고가 나면 지주 차원에서는 무조건 얘기가 나오지 않게만 막으라고 닥달한다"며 "우리 입장이 정당한 것도 있고 지주 차원에서 이를 도와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모두 묻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사건사고의 책임이 지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꼬리 자르기에만 나선다는 게 계열사 직원들의 불만이다.

은행 안팎에서는 지금 상황에서는 갈등을 증폭시키기보다는 이를 수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큰 틀에서의 의도가 좋더라도 내부적으로는 하나로 뭉쳐 이겨내기에도 모자란 상황이기 때문이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잇단 사건사고로 조직원들의 피로감이 너무나 크다"며 "인사 문제는 언젠가는 풀어야 하고 사고 대처를 최대한 잘하려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갈등을 키우면 안 될 때"라고 했다.

국민은행 측은 이와 관련해 "내부 갈등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인사 감사와 관련해서는 "이번 감사는 일상 감사로 인사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을 점검하는 것"이라며 "내부 갈등은 사실이 아니며 감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공식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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