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묘문화를 개선하자고 말로만 떠들면 뭐합니까. 납골묘 홍보전시관 마저도 혐오시설이라고 싫어하는게 현실입니다.』정부가 매장위주 장묘관행을 바꾸기 위해 화장을 장려하고 납골묘에 각종 지원까지 약속했지만 여전히 일선 기관의 인식은 바닥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96년부터 건축업을 해온 금원개발(대표 김영복·金永福)은 정부의 납골당 권장시책을 믿고 건축허가를 냈다.「자유로 청아공원」이라는 이름까지 지어놓고 희망을 키워왔다.
일산구 설문동 산 155-5번지 9,000여평을 마련해 이 가운데 1,800여평은 3만여기를 보관하는 납골묘로 쓰고 나머지는 시민들이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공원으로 꾸민다는 계획도 세웠다. 예상 공사비만도 200억원에 달해 금원개발로서는 사운을 건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금원개발의 부푼 꿈은 시작도 하기전에 벽에 부딪혔다. 납골당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해 한국토지공사 일산사업단 땅을 임대해 「납골당 홍보전시관」을 지으려했으나 토공은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임대요청에 퇴짜를 놨다.
금원개발이 유상임대를 신청한 땅은 일산 백석역 부근 95평. 이 지역은 아파트 모델하우스, 자동차전용극장 등이 들어서 있는 곳이다.
일산사업단은 『납골당 전시관 역시 혐오시설』이라며 일축했다. 도시기능과 미관을 지키기 위한 도시설계시행 지침에 혐오시설이 언급돼 있다는 것을 법적 근거로 들었다.
금원개발은 건설교통부와 토공본사에 민원을 제출했다. 그러나 건교부는 『토공에 회신토록 했다』며 일을 떠넘겼다. 토공 본사는 『홍보전시관도 일종의 혐오시설이며 이 건물이 들어서면 당해 토지뿐만 아니라 주변지역 토지공급에도 장애가 되고 주변도지 매입자들과 인근 주민들의 민원발생 개연성이 높다』고 수용거부 의사를 통보해왔다.
최종결정자인 일산사업단은 상부기관에서 자꾸 연락이 오자 이번에는 교묘한 논리를 세워 일을 지연시켰다. 「그렇게 명분있고 정부권장 사업이라면 고양시로부터 추천서를 받아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양시는 자칫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시비를 불러올 수 있는데다 금원개발과 토공의 문제이므로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금원개발은 아직까지 홍보전시관 부지를 임대하지 못한채 어쩔 수없이 두달늦은 이달초 납골당 공사를 착공했다.
금원개발 김영복 사장은 『전시관은 1억4,000만원을 들여 멀티비전도 설치하고 외장도 모델하우스 못지 않게 꾸밀 계획』이라며 『정부정책이 말다르고 행동다르니 누가 정부를 믿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박형준 기자 HJ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