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성공적이며 올 시즌 대활약을 예고한 고무적인 경기였다.
13일 미국 하와이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골프장(파73ㆍ7,263야드)에서 끝난 미국PGA 투어 2003 시즌 개막전인 메르세데스 챔피언십(총상금 500만달러).
최경주(33ㆍ슈페리어ㆍ테일러메이드)는 우승자인 어니 엘스(34ㆍ남아공)를 한 때 1타차로 턱밑까지 바짝 추격했지만 퍼팅 부진으로 아쉽게 주저 앉아 로코 미디에이트와 함께 공동2위를 기록했다. 합계 23언더파 269타.
이날 퍼팅 수가 35개로 늘어나는 바람에 이븐파 73타에 그쳐 4라운드 중 유일하게 70타 대의 스코어를 냈다. PGA투어 최다 언더파인 31언더파 261타로 우승한 엘스에게 8타나 뒤진 성적이다.
그러나 최경주는 올 시즌 투어 시작부터 거센 `황색 돌풍`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우승에 대한 부담과 극도의 긴장감에 밀렸던 마지막 라운드를 제외하면 3라운드까지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로 투어 2승자의 자존심을 세웠다.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11언더파 62타를 기록한 것은 언제든지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정상급 플레이어의 기질을 갖췄다는 점을 입증한다.
특히 이 대회가 투어 우승자들만이 초청 받는 경기로 최경주는 지난해까지 출전 자격조차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기량이 괄목상대할 만큼 급성장했음을 실감할 수 있다.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만 빠졌을 뿐 쟁쟁한 톱 프로들이 모두 출전한 대회에서 최종일 선두 조에서 플레이 했다는 점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이번 경험으로 극도의 긴장을 이겨낼 능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아쉬움이 남는 다면 역시 퍼팅.
최경주는 마지막라운드에서 전날보다 무려 10타가 많은 35개의 퍼팅을 기록했다. 전날과의 스코어 차이(11타)가 고스란히 퍼팅 차이라는 점이 입증된다.
다른 기록은 드라이버 샷 거리 284.5야드, 드라이버 샷 정확도 93%, 그린적중률 89%로 4라운드 평균인 284.5야드, 78.3%, 88.9%보다 모두 좋았다. 특히 드라이버 샷 정확도는 4라운드 중 최고를 기록했지만 스코어는 최악으로 나타나 `드라이브는 쇼, 퍼팅은 돈`이라는 속설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한편 이날 최경주는 2타차 2위로 라운드에 나선 뒤 6번홀에서 4타차까지 벌어졌다가 11번홀에서 1타차로 바짝 따라 붙어 역전 우승의 기대를 높였으나 거듭되는 퍼팅 부진으로 오히려 처지기 시작, 무려 8타나 뒤진 채 공동 2위로 경기를 마쳤다.
엘스는 메이저 3승자답게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최경주의 추격을 따돌리는데 성공, PGA투어 최다 언더파(종전 28언더파)와 대회 최소타(종전 266타)를 갈아치우며 정상에 섰다. 이로써 엘스는 2000년 우즈에게 연장패하고 2001년 짐퓨릭에게 역전패 당했던 아픔을 씻었다.
<김진영기자 eagle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