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회사채ㆍCP시장 꽁꽁 중소기업 자금난에 한숨만

SK글로벌과 카드채 파문이 가라앉고 있지만 중소ㆍ한계기업들의 자금사정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 직접금융시장이 얼어붙어 있기 때문이다. 은행과 투신으로 시중 여유자금이 속속 유입되고 있지만 이 돈은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만 돌고 있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연체율이 높아지자 은행들은 기업대출도 꺼리고 있다. 앞으로 몇 달 안가 중소기업들의 `부도대란`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아직은 버티지만 대기업들도 매출부진이 이어질 경우 비축자금을 소진하고 유동성위기에 몰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은행ㆍ투신에 몰린 돈 국채로만=은행예금이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4월 큰 폭으로 감소했던 투신사의 수신도 지난 달 2조원이나 늘었다. 그러나 문제는 금융기관으로 몰리는 돈이 기업으로 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투신사 수신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머니마켓펀드(MMF)는 최근 국공채 전용펀드가 대부분이다. SK글로벌과 카드사 CP에 데인 투자자들이 안전한 국채 펀드만 선호하기 때문이다. 은행들 역시 늘어나는 정기예금을 안전자산 위주로 운용하고 있다.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주로 사는 특정금전신탁은 지난 3월 이후 줄곧 감소세다. 지난달에도 1조5,000억원 가량 줄었다. 이처럼 기관들의 국채 위주 투자가 이어지면서 국고채 금리는 속락하고 있다. 한달 전인 지난 5월 9일 4.37%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한은의 콜금리 인하와 함께 꾸준히 하락해 10일 4.04%의 신저점을 기록했다. 콜금리와의 격차는 불과 0.04%포인트. 지난달 콜금리 인하 전 0.1%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보였지만 인하 후 오히려 격차가 크게 좁혀진 것이다. ◇회사채ㆍCP시장 해빙조짐 안보여=이처럼 시중 자금이 안전자산으로만 쏠리다 보니 SK글로벌 사태가 마무리 국면에 와 있는데도 기업의 직접조달 시장은 풀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올들어 회사채는 5개월간 2조원이나 순상환됐다. 신규 발행보다 만기 또는 중도상환이 2조원이나 많았다는 얘기다.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 수요가 줄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신규 또는 차환 발행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기 때문이다. 기업어음(CP) 역시 SK글로벌과 신용카드사 부실이 문제로 부각된 3월부터 대규모의 순상환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에는 CP순상환액이 3, 4월보다 늘어 5조1,000억원에 달했다. 결국 기업들은 대출에 의지할 수 밖에 없게 돼 은행의 기업대출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직접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우량 대기업들은 괜찮지만 중소기업들의 대출 의존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5월 중소기업 대출증가액은 4조9,000억원으로 4월에 비해 1,000억원이 더 많았다. 연체율이 부담스러운 은행들이 대출창구를 죄고 있음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의 대출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은행권이 여신을 보다 보수적으로 운용하게 되면 이들은 일시에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차등금리라도 지원을`= 중소기업 `네곳 중 한곳(25%)`은 “자금공급 확대를 위해 신용도에 따라 차등금리라도 감수하겠다”고 할 정도로 자금조달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소재 제조업체 200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기업자금 동향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상의는 이와 관련,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대출운용을 강화하고 있어 기업들의 자금난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며 `대출 억제-)경영난 심화-)부실채권 증가-)대출억제`의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중소기업들은 금융기관이 기업대출조건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담보능력(35.5%) ▲매출규모(21.1%) ▲부채비율(21.1%)을 우선시한다고 응답, 신용대출에 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의 관계자는 “실물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자금시장마저 불안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금융기관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성화용,문성진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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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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