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의료계 자정결의가 먼저


연초부터 제약업계의 고질병인 불법 리베이트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업계 1위 동아제약으로부터 리베이트를 건네 받은 의사 100여명이 줄소환되는 데 이어 CJ제일제당은 자사 의약품 처방을 많이 해준 소위 '키닥터'들에게 최대 1억원까지 사용이 가능한 법인카드를 건네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의사들은 이 카드로 고급시계 등의 명품과 돌침대를 구입하고 해외여행비ㆍ자녀학원비 등에 사용했다. 더욱이 법인카드 사용금액의 포인트 적립을 본인 앞으로 한 것이 수사의 단서가 됐다고 하니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쯤 되면 복마전이 따로 없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반성 없는 의사들의 행태다. 의료계는 리베이트가 불거지자 수사에 협조한 제약회사를 비난하고 압박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동아제약에 보내는 공개질의'를 통해 "동아제약이 수사 초기에는 처방의 대가로 지급한 게 아니라고 진술했다가 두 번째 압수수색을 당한 후 '의약품 판매촉진을 위해서였다'라고 진술을 바꿔 의사들을 기만했다"고 비난했다. 질병관련 강의동영상을 제작해 제약사로부터 정당하게 받은 돈을 리베이트로 무리하게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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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회장이 몸담았던 전국의사총연합이라는 단체는 "정부가 리베이트 쌍벌제를 이용해 의사들을 비윤리적인 집단으로만 매도하지 말고 리베이트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고 요구했다.

억울한 것이 있다면 경찰수사에 협조해 밝히면 된다. 리베이트에 대한 의사들의 인식변화가 없는 한 이 같은 문제는 또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지금 같은 의약분업의 상황에서 의사에게 의약품 처방권이 있는 한 제약사 입장에서 의사는 회사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슈퍼 갑이다.

리베이트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의사가 리베이트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의료계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제약사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리베이트를 받지 않겠다는 자정결의다. 리베이트를 받는 의사를 자체징계하고 비양심적 의사가 발붙이지 못하는 의료계 환경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받지 않으려는 리베이트를 억지로 건네려는 제약사가 있다면 의사가 직접 나서 신고하는 것을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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