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순수예술 살 길, 기부에 답 있다


처음 발레단을 창단할 때, 5년 정도 기반을 닦고 10년 만 잘 버티면 제대로 된 발레단 하나쯤 문제없이 운영해나갈 수 있겠다는 꿈이 있었다. 40명 가까이 되는 대 식구를 이끌다 보니 역시 가장 큰 고민은 연간 예산을 확보하는 일이었고 그렇게 18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민간단체는 국고지원을 정기적으로 받지 못하고 사업별로 신청을 한 뒤 심사를 거쳐 예산을 지원받는데 지원주기가 1년 단위다 보니 지속적이거나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렵다. 이 또한 매년 100% 확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늘 초조하게 심사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발레단 중 하나인 뉴욕시티발레단은 창단 이후 3번씩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발레단이 해체됐다가, 1963년 미국 포드자동차의 막대한 후원에 힘입어 탄탄한 기반을 다지게 됐다. 기업 후원이 없었다면 오늘날 뉴욕시티발레단의 멋진 공연을 보는 기쁨을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뉴욕시티발레단에서 은퇴한 단원들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발레계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그 활동을 지원하고 있어 발레를 보고 즐기는 인구가 증가하는 데도 막대한 기여를 할 수 있었다.

관련기사



내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의 문화접대비가 접대비 총액의 1%를 넘지 않아도 일반접대비 한도액의 10% 이내에서는 경비로 인정된다는 반가운 뉴스를 접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선결돼야 하는 메세나법은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메세나법은 예술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도입과 기업의 문화예술을 활용한 교육훈련비 세액공제, 문화접대비 인정 요건을 완화한다는 것인데 메세나법이 통과되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이 확대될 것이다.

미국의 초등학교에서는 4학년이 되면 스스로 모은 용돈을 기부(donation)하는 수업이 있다. 본인의 금쪽같은 용돈을 1달러씩 모아 기부하는 것인데 처음엔 마지못해 억지로 참여하던 아이들도 교육을 통해 기부는 꼭 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얼마를 왜, 누구에게 기부하고 싶은지 발표를 해야 하니 주변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나 단체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고 도움을 받은 지역의 예술단체나 예술가들도 적극적으로 학교 교육프로그램에 동참한다. 특히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문화예술의 가치를 알고 기부 또한 한 방향(one way)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예술은 공공재이고 가치재이며 예술이 지닌 심미적ㆍ내재적 가치가 인간 삶의 질을 높여 정서적으로 고양시킨다. 이런 예술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예술가와 예술단체들의 활동들이 더 활성화되고 발전돼야 하는데 재원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빠른 시일 내에 메세나법이 통과돼 더 많은 기업의 후원을 받아 많은 예술가들이 안정된 환경 속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예술을 즐기고 후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