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스페인에 내달 400억유로 지원?

■ 5000억유로 ESM 공식 출범… 쟁점은<br>은행 직접 대출에 독일 등 반발… 빚 떠넘기기 공방<br>당장 대출여력 2000억유로 그쳐 실탄 바닥 우려

유럽판 국제통화기금(IMF)으로 볼 수 있는 유로안정화기구(ESM)가 8일(현지시간) 공식 출범했다.

전체 5,000억유로(721조원)의 ESM이 3년 가까이 진행된 유럽 재정위기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유럽이 마침내 영구적이고 효과적인 방화벽을 완성했다"고 스스로 평가했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ESM의 역할을 최근의 쟁점 위주로 풀어봤다.


◇첫 임무는 스페인 은행 구제금융=ESM의 첫 고객은 스페인 은행들이다. 스페인은 ESM에 조만간 400억유로의 자금지원(구제금융)을 요청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클라우스 레글링 ESM 최고경영자(CEO)는 "스페인 은행 구조조정기금(FROB)에 자금을 지원할 준비를 마쳤으며 아마 오는 11월 중에는 지원이 시작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유로존 정상들이 모여 합의한 것과 같은 내용이다. 당시 유럽 수뇌부는 스페인 정부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대신 FROB에 최대 1,000억유로의 자금을 공급하는 묘안을 짜냈다. 스페인 정부의 부채를 늘려 국채시장이 요동치는 부작용을 막으면서도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해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부실은행 문제를 껴안고 있는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등은 은행에 대한 직접대출 방식이 우리에게도 적용되지 않겠느냐며 환호성을 질렀다.


◇은행 빚 떠넘기기 공방=문제는 독일을 중심으로 ESM의 은행 직접대출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ESM 자금이 정부를 거치지 않고 은행으로 흘러 들어가면 향후 상환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당 정부 대신 ESM이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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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ㆍ네덜란드ㆍ핀란드 재무장관이 지난달 공동 성명을 내고 "ESM 출범 이전에 결정된 은행 구제금융은 ESM이 책임질 수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우려에서다. 기존의 은행 빚은 각국 정부가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이와 관련해 "유럽 은행에 대한 통합감독기구가 설립된 후 은행 직접대출을 논의해야 한다"고 이날 재차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사안이 기술적으로 워낙 복잡한 만큼 해결에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5,000억유로로 충분한가=ESM이 충분히 튼튼한지도 관건이다. 현재 ESM의 대출여력은 2,000억유로 정도이며 향후 18개월 동안 순차적으로 5,000억유로까지 확대된다. 이 중 800억유로는 현금으로 충당되고 4,200억유로는 일종의 지급보증 형태다.

문제는 스페인이 전면 구제금융을 신청할 경우 실탄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ESM에 은행면허를 발급해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부족자금을 대출하거나 한도금액을 최대 1조5,000억유로까지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독일 등의 반대에 부딪혀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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