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IT·보안분야 경영컨설팅까지… 회계법인 주력업무 바뀐다

감사시장 성장 정체에 새로운 먹거리 찾기

4대 회계법인 비감사 매출 비중 61% 달해

본업인 회계감사 소홀 가능성엔 우려 시각


EY한영 회계법인 직원들이 서울 여의도 본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기업 고객의 경영 컨설팅 관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EY한영

회계법인이 본업인 회계 감사를 넘어 세무, 구조조정, 정보기술(IT), 보안,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경영 컨설팅 영역으로까지 업무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턱없이 낮은 감사 보수에 따른 회계 감사 시장의 성장 정체, 재무제표 등 기업 경영과 관련된 숫자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전문가 집단이라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회계법인의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자본 시장의 공공재인 회계 감사 업무와의 이해 상충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4대 회계법인의 전체 매출액 1조1,738억원 중 컨설팅(4,550억원)과 세무(2,612억원) 등 비감사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61%에 달했다. 세무의 경우 전체에서 세무조정이 30%, 조세불복·소송 등 컨설팅 관련 매출이 40%, 나머지가 30% 정도를 차지한다. 10년 전인 2004년에는 4대 회계법인 전체 매출(5,247억원)에서 컨설팅과 세무를 합한 비중이 51% 정도였다. 이 기간 회계 감사 비중은 44%에서 38%로 줄었다.

이처럼 회계법인이 과거 회계 감사 업무를 주로 하는 '어카운팅 펌(Accounting Firm)'에서 이제는 기업 경영과 관련된 다양한 컨설팅을 도와주는 '프로페셔널 펌(Professional Firm)'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실제 인력 변화도 뚜렷하다. 4대 회계법인 소속 전체 공인회계사 수는 지난 2008년 5,272명에서 지난해 5,927명으로 12.4%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컨설턴트나 변호사 등 비공인회계사 인력은 1,761명으로 2,732명으로 55.1%나 늘었다. 4대 회계법인의 세무사·변호사·금융자산관리사·외환관리사·보험계리사 등 전문 자격증 소지자도 지난해 6,378명으로 2004년 2,379명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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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만호 언스트앤영(E&Y) 부회장은 "회계법인의 중심 업무가 과거 기업의 회계 감사 중심에서 재무제표 분석을 활용한 재무컨설팅, 나아가 사업 다각화, 국제화 등 기업 경영 및 구조조정 자문, 세무 자문 등으로 폭넓게 확대되는 추세"라며 "앞으로는 각 회계법인이 스스로 자문 역량 제고 및 국제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진영 금융감독원 회계전문심의위원은 최근 회계법인의 이 같은 변화와 관련해 "회계법인이 지식전문서비스에 특화된 능력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 기회를 찾아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회계사들이 숫자를 보는 능력이 있고 감사를 통해 회사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데다 기본적으로 회계법인이 우수한 인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컨설팅 관련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회계법인의 이 같은 변화가 감사 시장 성장 정체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황 교수는 "회계법인의 컨설팅 업무 확대는 낮은 회계 감사 보수 등으로 회계 감사 시장의 성장세가 한계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다 보니 나온 결과"고 지적했다. 한 4대 회계법인 관계자도 "감사 보수가 안 오르다 보니 경영 측면에서 세무나 컨설팅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앞으로도 회계법인의 업무 영역 다양화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도 회계법인의 컨설팅 서비스에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4대 회계법인 한 곳으로부터 경영 컨설팅 도움을 받고 있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영 툴을 제공하는 일반적인 컨설팅 회사와 달리 회계법인은 숫자를 알기 때문에 기업 경영과 관련해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인수합병(M&A)과 같은 이슈 발생시에도 회계법인은 밸류에이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우리 회사와 함께 일을 한 회계법인 관계자들이 모두 승진했다"며 "회계법인 내부적으로도 컨설팅 능력을 갖춘 인력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회계법인의 업무 다양화가 회계법인의 고유 업무인 회계 감사를 소홀히 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 위원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이 같은 회계법인의 업무 영역 확대가 진행되면서 회계법인 스스로 감사와 컨설팅 업무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 상충 문제를 통제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쓴다"며 "우리 4대 회계법인도 자본 시장의 기본 인프라인 회게 감사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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