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와 아사다는 주니어 시절부터 경쟁과 성장을 거듭해왔다. 주니어 시절과 시니어 데뷔 초에는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을 앞세워 아사다가 조금 앞서는 듯했으나 김연아가 안정적인 점프를 바탕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두 선수의 대결은 지난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절정에 달했다. 당시 김연아와 아사다 모두 개인 최고기록을 작성하며 명승부를 펼쳤고 결과는 역대 최고점(228.56)을 작성한 김연아의 승리였다.
이후 두 선수 모두 잠시 방황의 시기를 겪었다. 특히 일생의 목표였던 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허탈감에 시달린 김연아는 아마추어 무대 은퇴를 고려하기도 했다. 아사다는 모친상을 겪었다. 하지만 둘은 지난 시즌부터 나란히 다시 소치올림픽을 향해 기량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소치 전까지 둘의 역대 맞대결 전적(시니어 데뷔 이후)은 김연아가 8승4패로 절대 우세를 보였다.
소치올림픽 정상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운 두 사람은 공교롭게 상승곡선을 그리는 분위기도 비슷했다. 아사다는 2012년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4년 만의 금메달을 목에 걸며 시동을 걸었다. 이어 지난해에는 두 차례 그랑프리 우승과 그랑프리 파이널 2연패까지 달성했다. 김연아 역시 2012년 12월 NRW트로피(201.61점)와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218.31점) 우승으로 기지개를 켰다.
두 선수의 마지막 은퇴무대인 이번 소치올림픽. 20일(한국시간) 열린 쇼트 프로그램에서 김연아는 교과서 점프로 '클린' 연기를 펼쳐 1위(74.92점)에 오른 반면 아사다는 첫 점프이자 장기인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다 엉덩방아를 찧은 끝에 16위(55.51점)로 밀렸다.
김연아는 주니어 시절 '왜 하필 저 아이가 나랑 같은 시대에 태어났을까'라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라이벌은 물론 자신까지 이겨내고 여왕의 자리에 올랐다. 김연아는 밴쿠버올림픽 우승 뒤 자전 에세이 '김연아의 7분드라마'에 이렇게 썼다. "나의 가장 큰 경쟁상대는 나 자신이다. 누구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완성하기 위해 스케이팅을 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