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지자체 거덜내는 부실한 산업단지 개발

지방자치단체들이 민자 유치 산업단지 분양에 최고 2,000억원이 넘는 편법 보증을 서 재정위기를 자초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민자 사업자 대신 빚보증을 서거나 미분양 용지의 상당 부분을 떠안는 분양보증을 선 20개 시ㆍ군의 재정부담이 1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책임 소재를 철저히 가리고 재발 방지 및 피해 최소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사고가 터진 유형은 비슷하다. 자금력과 신용이 떨어지는 시행사(SPC)가 수백억~2,000억원의 사업자금을 대출 받을 수 있게 시ㆍ군에서 보증을 서거나 대출을 알선한 브로커에게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떼줬다. 이 과정에서 나주시장과 담당 공무원들은 뇌물을 챙겼다. 분양이 안 되면 가뜩이나 열악한 시ㆍ군 재정에 비상등이 켜질 수밖에 없다. 나주시와 함평군ㆍ음성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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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불상사를 막으려면 시장ㆍ군수가 사업타당성과 자금조달계획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선거를 의식해 한건주의식 산업단지 개발에 뛰어들지 못하게 견제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의회는 나주시ㆍ음성군처럼 보증동의안을 제출하지 않는 탈법을 저지르지 못하게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여러 시ㆍ군에서 보증 문제가 발생해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지자체에 보증을 서라고 압박하는 국회의원과 의회도 있는 만큼 지역주민ㆍ시민단체의 분발도 요구된다. 주민감사를 청구한 음성군이 본보기다.

시ㆍ군이 추진하는 산업단지 지정ㆍ승인권을 가진 도(道)의 사전검증 강화도 절실하다. 사업타당성과 자금조달에 문제가 있는 산업단지 개발계획을 걸러내야 시ㆍ군, 더 나가 도와 국가 재정 부실화를 막을 수 있다. 정부도 지방자치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방관만 할 게 아니라 법적ㆍ제도적 허점을 찾아내 개선하고 지자체의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할 장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민자 산업단지 개발은 실수요자인 제조업체가 주축이 돼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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