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9일 금융지주와 은행뿐 아니라 보험ㆍ증권ㆍ카드사의 대주주 적격성을 주기적으로 심사하고 대주주 자격 심사 기준에 횡령ㆍ배임 등을 추가하기로 해 앞으로 금융회사의 경영권이 극도로 불안해질 위험을 안게 됐다.
반면 금융감독원 등 감독 당국의 권한은 더욱 강력해지며 금융회사들의 눈치 보기는 극심해질 수밖에 없어 입법 과정에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도 2금융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금융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 강화가 업계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금융ㆍ산업 분리 방안은 산업자본의 은행 및 2금융권에 대한 소유 제한과 의결권 제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특수관계인 간 거래 제한 등 네 가지에 걸쳐 있다.
금산분리에서 소유 및 의결권 제한은 규제가 직접적이고 파장도 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상대적으로 논란이 적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방안을 금산분리 강화의 수단으로 먼저 제시했다. 실제 보험과 증권ㆍ카드사 등 2금융권 대주주의 자격 심사를 정기적으로 전면 실시하는 것은 정부도 지난해부터 추진한 바 있어 합의 과정이 험난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법과 저축은행법은 대주주 적격성을 주기적으로 심사하도록 하고 있어 금융감독 당국이 이를 6개월 혹은 1년, 2년마다 검사해왔지만 보험사와 증권사ㆍ카드사 등은 관련 규정이 없었다. 보험사와 증권사ㆍ카드사 등은 설립 당시나 합병 등으로 대주주가 변경될 때만 금융감독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으면 됐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면 2금융권도 1년 혹은 2년 주기로 대주주 자격 심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금융 당국은 금융회사 대주주가 자격 요건을 채우지 못할 경우 주식 의결권을 제한하고 일정 기간 뒤에도 요건을 맞추지 못하면 주식매각 명령을 내리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게 된다. 특히 그동안 대주주 자격 심사가 금융실명제 등 금융 관련법 위반 여부에 집중됐는데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방안대로 횡령ㆍ배임 등이 추가되면 2금융권 금융회사의 경영권은 크게 흔들 릴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이 소급적용을 배제하기로 했지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사건이나 최근 법정 구속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횡령ㆍ배임 등과 유사한 사건이 재발할 경우 해당 기업은 대주주가 순식간에 바뀔 수 있게 된다.
금융회사 대주주의 자격 요건을 엄격히 한다는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시장 루머나 확정되지 않은 사건들로 금융회사의 경영권이 불안정해지고 투자자들도 예상치 않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 같은 부작용 등을 고려해 지난해 정부가 2금융권 대주주 정기 적격성 심사를 도입하려 하자 규제개혁위원회가 나서 '업권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과 함께 제동을 건 바 있다. 은행과 보험ㆍ증권ㆍ카드 등 금융권역마다 다른 시장환경을 고려하라는 취지였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칼을 결국 금융감독 당국이 쥐게 돼 시장 자율성을 크게 위축시키면서 금융감독원 등에 권력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 측면은 외면하고 구조조정에만 나서다 금융업이 빈사 상태에 빠질 수 있다"며 "금산분리 강화 과정에서 특정 기업의 주가가 폭락해 소액주주들이 커다란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