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 총회장 22일 밤까지 담판 불발/한보·채권단 스케치

◎한보직원들 “그룹까지 공중분해되나” 침통/채권은행단 부도돌변이유 명쾌한설명 회피○…23일 저녁 한보철강의 부도사실을 접한 한보그룹 임직원들은 『거의 갈 데까지 다 간게 아니냐』며 망연자실해하며 앞으로의 그룹향방이 어떻게 전개될지 걱정하는 표정들. 직원들은 대부분의 계열사가 한보철강 부채에 대해 지급보증을 선 상태고 한보건설도 당진제철소건설에 매달리고 있어 그룹자체가 와해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며 매우 침통해하는 분위기. ○…은행관리냐 법정관리냐 등을 둘러싸고 상황이 긴박하게 전개되자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은 23일 새벽2시 긴급사장단회의를 소집, 모처로부터 주식포기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통보소식을 설명하고 주식을 담보로 내놓겠다는 의사를 처음으로 표명. 정 총회장은 전날밤까지 각 은행장들과 만나 담판을 시도했으나 주식포기불가 입장을 고집, 서로 고성이 오갈 정도로 감정이 격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관계자는 『은행권이 여론을 통한 대세몰이식으로 압박을 가해오는데 정 총회장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언. 한보측은 한보철강주식일체를 은행담보로 제공키로 결정한뒤에도 이에대한 공식발표를 계속 미루는가하면 주식담보제공이 경영권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경영권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다. ○…한보그룹에 대한 제일은행 등 주요 채권은행단의 처리방침은 하오 4시에 열린 46개 채권금융기관 대표자회의에서 회의를 연기한다는 신광식 제일은행장의 발표에 따라 부도처리로 급반전. 신 행장은 제일은행 4층 회의실에서 열린 대표자회의 참석에 앞서 김시형 산업은행장, 우찬목 조흥은행장, 장명선 외환은행장 등과 11층 은행장실에서 협의한 뒤 20여분 늦게 혼자 회의장에 등장, 『당초 오전까지 한보의 주식담보처리를 끝내기로 했으나 절차가 끝나지 않아 오늘 회의를 연기한다』고 밝힌 뒤 총총히 회의장을 이탈. 한보가 주식담보에 동의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이미 알고 사후대책을 논의할 줄 알았던 채권단 대표들은 이같은 소식에 어리둥절. 그러나 박석태 제일은행 상무가 『한보가 사실상 주식담보제공를 거부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밝히자 분위기는 「부도처리방향」으로 급반전. ○…제일, 산업, 외환, 조흥은행 등 주요 4개 채권은행단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한보철강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하고 법정관리신청을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았지만 채권은행단은 명쾌한 설명을 회피. 제일은행 본점 11층 은행장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광식 제일은행장은 시종 상기된 얼굴로 자금중단배경, 한보측과의 접촉과정, 부도결정시기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성의없는 태도로 일관. 신 행장은 앞으로의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 전체 채권단회의에서 결정하겠다는 등 확실한 답변을 피했고 정부와의 사전협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없었다」며 강력히 부인. 이날 신 행장과 자리를 함께 한 김시형 산업은행 총재, 우찬목 조흥은행장, 장명선 외환은행장 등은 한마디 말도 없이 침묵. 주요 채권단회의는 전체 채권단회의가 예정됐던 하오 4시에 시작해 3시간30여분만인 하오 7시30분이 지나서야 결론.<이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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