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서민 울리는 보금자리 정책

"일부 돈 있는 사람들이 분양 받아 가격이 오르면 로또가 되는 게 보금자리입니까." "정부청사를 빼앗아 가더니 이제는 여기에 보금자리주택까지 한다니 화가 나네요." 최근 경기도 과천시 일대를 취재차 돌았던 기자가 일선 중개업소 관계자와 시민들로부터 들은 말들이다. 당시 과천 시민들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 분노에 차있는 듯 했다. 정부부처 이전을 공약했던 전 정부에 대한 분노는 물론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키지 못하고 과천을 보금자리지구로 지정한 현 정부에 대한 분노까지 뒤섞인 느낌이었다. 정부가 지난 5월 과천시 문현동ㆍ갈현동 일대 135만4,000㎡ 부지에 9,641가구(보금자리 6,43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사건의 발단은 시작됐다. 현재 과천시 곳곳에는 여인국 과천시장과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방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고 시민들은 보금자리를 반대하는 전단을 돌리고 있다. 시민들은 다음달 여인국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은 물론 보금자리 지구 지정 폐기 소송, 위헌 소송까지 불사할 움직임이다. 지금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항의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라고 한다. 보금자리 정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 정책이 '보금자리'를 잃고 여기저기 떠도는 분위기다. 과천시뿐만 아니라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분란이 끝이지 않고 있고 자금난을 겪고 있는 한국주택토지공사(LH)도 정부 눈치를 보느라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진정으로 서민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정책의 본래 취지가 사라진 지 오래인 마당에 이를 계속 고집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한나라당은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85%까지 일반 분양이 아닌 임대주택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보금자리주택이 애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당첨자에게만 수혜가 돌아가는 로또 아파트로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장 내년까지 계획한 물량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보금자리 정책이 내년 총선이슈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치권은 지역 주민눈치만 볼게 아니라 보금자리 정책에 대해서 A부터 Z까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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