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가 급락에 글로벌 금융시장 '쑥대밭'…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나

저유가 지속땐 에너지회사채 40%가 디폴트

세계 자금시장 급속도로 얼어붙을 가능성 커

美 다우·S&P500지수 이번주에만 3%대 폭락

유럽증시도 일제히 하락세… 디플레 위기 고조

신흥국 큰 타격 … "금융위기 부를 티핑포인트 될 것"



국제 유가 급락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통상 유가 하락은 소비 촉진 효과가 있지만 지금은 글로벌 경기 둔화 탓에 유로존ㆍ일본 등의 디플레이션 위기, 글로벌 자금시장 경색만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의 동요가 확대되고 있는 상태다.

더구나 세계 경제에는 내년 중순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그리스발 유럽 위기 재점화, 달러 강세 등 지뢰밭이 널려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유가 하락이 러시아ㆍ브라질ㆍ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의 금융위기를 촉발할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ㆍ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유가 하락에 풍비박산 난 금융시장=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3.6% 하락한 배럴당 57.81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로 이번주에만 11% 폭락했다. 이날 유가 하락은 이날 발표된 중국 경제 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내년 원유 수요 전망을 하루 9,330만배럴로 지난달보다 23만배럴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IEA는 "제자리걸음인 임금 상승률, 저조한 소비, 디플레이션 우려 등이 상호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내년 석유 증가세가 올해보다 둔화될 것"이라며 "유가가 더 하락하면 일부 산유국의 사회 불안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투자가들도 겁에 질린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뉴욕 금융시장에서 다우존스종합지수가 1.79% 급락하는 등 3대 주가지수가 모두 1%대 하락했다.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이번주에만 각각 3.8%, 3.5% 하락했다. 주간 기준으로 각각 2011년 9월, 2012년 5월 이후 최악의 낙폭이다. 반면 투자가들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8.2bp(1bp=0.01%포인트) 내린 2.080%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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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증시도 유가 하락의 여파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면서 범유럽지수인 Stoxx600지수는 전날 대비 2.58% 하락하는 등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삭소뱅크의 피에르 마틴 거래인은 "석유가 증시를 대학살했다"며 "지금으로서는 유가 바닥이 보이지 않는 게 시장을 겁먹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증시가 장기 상승장이 끝나면서 고점에서 10% 이상 급락하는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CNN머니가 개발한 CNN 공포 & 욕망 지수의 경우 이미 '공포' 단계에 진입, '극도의 공포'에 근접했다.

◇유가 급락발 시스템 리스크 오나=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이날 국제유가가 20% 떨어지면 앞으로 2년간 글로벌 성장률은 0.3%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시장은 현재 유가 하락이 세계 경제 둔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데 더 주목하고 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소비증가 효과보다 일본과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압력, 러시아 금융위기 가능성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이다.

또 금융 자산으로 광범하게 거래되는 원유가격이 추가 하락하면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손상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JP모건은 WTI 가격이 배럴당 65달러를 3년 이상 밑돌면 정크본드 등급의 에너지 회사채의 40%가 디폴트(채무불이행)되면서 글로벌 자금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피크테의 크리스토퍼 도네이 수석 전략가는 "에너지 생산국들의 국채와 회사채 디폴트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를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에너지·농산물·금속 등 19개 품목으로 구성된 국제 원자재가격 지수인 CRB 지수는 지난 11일 기준 246.93을 기록하며 2009년 7월 이후 5년4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신흥국의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 통화가치 급락, 디폴트 리스크 상승 등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최근 1주일(4∼10일)간 신흥국 채권형 펀드에서는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1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이탈했으며 신흥국 주식형 펀드도 4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연준의 출구전략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유가 폭락까지 가세하며 신흥국 통화가치도 폭락 추세다. 러시아와 브라질 통화 가치가 올 들어 각각 41%, 11% 하락했고 남아공(-9.8%)·터키(-5.7%)·폴란드(-10.1)·헝가리(-12.9%)·멕시코(-11.8%)·아르헨티나(-23.7%) 등도 줄줄이 폭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20개 신흥국 통화 지수는 2003년 4월 이후 11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신흥국 국가 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지표도 신흥국 금융위기설이 나돌던 연초 수준으로 급등했다. 러시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425.83bp로 6월 중순(180bp)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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