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소비자단체 '한 방'이 능사는 아니다


최근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소비자시민모임이 화제 중의 화제였다. 소시모가 업체들이 납득할 수 없는 기준을 바탕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20여개 브랜드의 등산용 배낭에 대한 품질조사를 실시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어 소시모는 지난달 업체들을 불러 '대다수 제품이 표기용량(리터)에 미달했다'고 지적했다. 또 업체들의 이의가 없다면 곧 내용을 공개하겠다는 방침도 알렸다.


관련 업체들은 억울하다며 펄쩍 뛰었다. 국내에는 아직 배낭 용량에 대한 별도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자구책으로 가로와 세로, 높이를 측정하고 배낭의 특성을 고려해 용량을 재왔는데 이 방법은 소시모가 내세운 일본 표준에 밀렸다. 일본에서는 배낭 속에 스티로폼 구슬을 넣는 방식으로 용량을 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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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소비자단체가 어느 날 갑자기 일본 표준을 근거로 지금까지 해왔던 생산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도 당혹스럽지만 마땅히 따라야 할 규정조차 없는데 무조건 '나쁜 기업'으로 뭇매를 맞게 생겼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브랜드 신뢰도에 금이 가 올봄 장사를 망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곳도 여럿이었다.

이번 조사처럼 해외 기준을 끌어왔던 사례는 왕왕 있어 왔다. 시민단체인 소시모는 물론이고 공공기관인 한국소비자원도 '안전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유럽이나 일본 규정을 앞세우기 일쑤다. 지난해 8월 발표된 '비교공감'의 등산스틱 품질비교 보고서에서도 일본 제품안전협회에서 제정한 하중 강도 기준을 토대로 국내 업체들의 부족함을 탓했다.

소비자단체나 소비자원은 새로운 표준에 대한 필요성을 부각하기 위해 선진국 기준을 차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에게 없는 기준은 해외에서 가져오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합의되지 않은 기준으로 특정 업체와 브랜드를 '나쁜 기업'으로 매도해 버린 후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소비재 품질비교 보고서의 영향력이 유사 이래 가장 막강해진 지금 소비자 관련 단체의 조사가 소비자 만족도나 국산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업체들에 대한 징벌을 통해 소비자 단체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한 방'인지 자문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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