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상가권리금 법제화' 갈 길 멀다

개별 점포따라 변수 많아 객관적 가치 책정 어렵고

건물주·임차인 稅부담 우려… 표준계약서 작성 꺼릴수도


마포구 아현동에서 작은 음식점을 하는 강모(55)씨는 지난해 말 가게를 내놨지만 권리금이 생각보다 적어 심란하다. 자신이 5년 전 가게를 인수했을 때보다 장사는 더 잘되고 시설도 새로 들여놨지만 권리금은 그때만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씨는 "권리금이 떨어진 것은 재개발구역에 포함돼 있어 언제 가게를 비워줘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투자비용이라도 건졌으면 했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상가 세입자 간에 관행적으로 거래되는 '권리금'을 제도권으로 흡수하겠다는 정부의 방침 발표를 두고 실현 가능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무형의 권리인데다 시장은 물론 개별 점포의 특성에 따라 워낙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다 보니 객관적 가치 측정이 쉽지 않은데다 법적 인정 여부를 둘러싸고 건물주와 임차인 간 이해도 첨예하게 대립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자연수의 이현성 변호사는 "권리금은 기존에 법적 테두리 안에 없었기 때문에 법·사회·경제적으로 연구가 부족했다"며 "당장 권리금의 개념조차 정립돼 있지 않은 만큼 이를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객관적 책정 쉽지 않다=정부는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권리금을 명시함으로써 분쟁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표준계약서에 명시하는 권리금 자체를 시장이 인정할 만큼 객관적인지 여부조차 논란거리다.


일단 권리금에 포함되는 항목들이 대부분 명확하게 수치화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신규 시설 투자 등은 견적서 등을 통해 책정할 수 있더라도 일명 지역권리금(바닥권리금), 영업권리금 등은 구분하기도 쉽지 않고 유동적이어서 거래 당사자가 인정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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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 Y공인 관계자는 "권리금을 높게 받기 위해 계약을 앞둔 일부 음식점 주인들은 일정 기간 지인들을 동원해 손님이 많은 것처럼 꾸미기도 한다"며 "가게들이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를 텐데 객관적인 권리금을 책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표준계약서와 권리금 보험상품 도입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차인들은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게 되면 실제 영업이익이 드러나게 되는데 이럴 경우 기존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모두 세금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건물주 역시 권리금이 객관적으로 명시되면 월세수입 등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체로 가게 권리금이 많을수록 월세도 많이 받을 수 있는데 권리금이 인근 지역의 다른 점포보다 낮게 책정된다면 월세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기존 주택임대차시장에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월세 소득공제를 요구하지 못했던 것처럼 임차인 간의 거래에서도 '싫으면 관두라'는 식의 불합리한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권리금 거래 신고 등 임차인 보호 장치 마련이 우선=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상가 권리금을 제도권으로 흡수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지난 2009년 발생한 '용산 참사' 등 상가권리금과 관련한 갖가지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그로 인한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법무부 역시 2010년 연구용역을 통해 권리금 법제화의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권리금 책정을 세입자들에게 맡기는 대신 감정평가 등 객관적 검증 시스템을 도입해 신뢰성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정화 감정평가사는 "권리금은 시설·영업·입지 등 상호 간의 영향을 분석해 책정할 필요가 있다"며 "전·월세나 매매계약을 신고하는 것과 같이 권리금 거래도 신고하도록 해 권리금 산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주택의 경우보다 더 취약한 세입자 보호 장치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권리금을 법제화하는 것은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자는 취지"라며 "재개발구역 등 사각지대에 놓인 영세 상인들의 권리금 보호 방안부터 점진적으로 만들어 갈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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