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관치물가'… 곤혹스러운 한은

금리·지준율등 통화정책 정치적 행보로 해석 여지<br>실명제등 정부 미시적 접근 자칫 엇박자·부작용 우려도

한국은행은 올해 3% 초반대의 물가상승률을 전망했다. 다소 버거운 줄 알았지만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지급준비금제도, 공개시장조작 수단 등 다양한 통화신용정책 수단을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물가실명제를 도입해서라도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히자 한은 내부에서는 곤혹스러운 모습이 역력하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물가를 잡겠다고 밝힌 만큼 한은의 행보 하나하나가 정치적 행보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지난해 청와대 등의 눈치를 보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던 한은에는 앞으로 구사할 각종 통화신용정책이 같은 행위로 비쳐질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 물가를 금리인상이나 공개시장조작 등 거시정책 수단을 통합 접근이 아니라 물가실명제 등 미시적 수단을 통해 접근하려는 게 한은의 역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어서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정책적으로도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감이 짙게 배어 나온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물가는 기본적으로 거시정책 수단을 통해 접근해야 그나마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 미시적 수단으로 접근하면 여러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특정 품목의 물가를 잡으려 하다 보면 생산자물가나 관련 산업에 영향을 미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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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통화정책을 왜곡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와 함께 정부가 물가안정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재정의 조기집행 등 확장정책을 펼치려는 것도 부담이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업무보고에서 3단계의 비상계획으로 위기에 대처할 예정으로 그 일환의 하나로 상반기에만 전체 재정의 60%(165조원)를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풀겠다는 의미로 물가안정과는 다소 상반된 행보다. 그래서 통화신용정책 수단을 펼치기가 쉽지 않게 된 셈인데 물가안정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악화를 외면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반대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다 지난 6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해온 만큼 금리를 잡아둘 경우 '한은의 역할론'이 재차 불거질 수 있다. 임진년 벽두부터 김중수 한은 총재는 여러모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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