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042660)이 고심 끝에 STX조선해양의 계열사인 STX프랑스 인수를 포기됐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인수 제안에도 불구하고 조선업 불황에 따른 영업실적 악화에 노조의 강한 반대까지 겹치면서 인수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TX프랑스를 대우조선에 넘겨 STX 구조조정을 매듭지으려던 산은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의 한 핵심 관계자는 22일 "대우조선해양이 STX프랑스 인수를 검토했지만 최근 어려운 회사 경영을 감안해 인수가 어렵다는 쪽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조만간 이사회 등 공식절차를 밟아 그 결과를 산은에 통보할 것 같다"고 말했다.
STX프랑스는 크루즈 선박과 군함을 만드는 조선소로 산은이 최대주주(48.15%)인 STX조선의 증손회사다. STX조선의 손자회사인 STX유럽이 지분 66.66%를 갖고 있으며 나머지 33.4%는 프랑스 정부가 보유하고 있다. 산은은 STX그룹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지난 2013년부터 STX유럽 계열사인 STX프랑스의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STX프랑스가 지난해 STX유럽에서 발생한 당기순손실 3,700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적자 덩어리인데다 모회사인 STX유럽도 지난해 연결 기준 부채가 1조6,752억원에 달할 만큼 재무구조가 나쁘다. 군함을 만드는 방산업체의 특성상 프랑스 정부가 비토권을 보유한 것도 유럽 선사들의 인수를 막는 장애물로 작용했다.
매각 작업이 진척이 없자 산은은 최근 대우조선에 STX프랑스 인수를 제안했다. 화물선 및 유조선, 방위산업 분야까지 기술력을 확보한 대우조선이 STX프랑스를 인수하면 크루즈선까지 아우르는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STX조선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는 상징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산은이 대우조선의 지분 31.5%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다 지난달 취임한 정성립 사장이 STX조선 대표를 지냈다는 점에서 대우조선의 STX프랑스 인수 가능성을 높게 점쳐왔다.
하지만 대우조선이 지난 1·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하는 등 경영환경이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대우조선은 1·4분기 매출액이 4조4,8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6% 늘었지만 433억원의 영업손실과 1,7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대우조선이 분기 기준으로 적자전환한 2006년 3·4분기 이후 8년 6개월 만이다. 노조가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STX프랑스를 인수할 경우 동반부실에 빠질 수 있다며 인수 강행시 총파업을 벌이겠다며 경영진을 압박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