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펌 대표와의 '솔직토크'] 이재후 김앤장 대표변호사

"인재 영입위해선 '십고초려'도 불사"<br>대화도중 방긋 웃는 제스처로 어색한 분위기 한방에 날려<br>끈질긴 설득·협의통해 결론도출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검토중"



국내 최대의 로펌인 김앤장을 이끌고 있는 이재후(69) 대표변호사. 학자풍의 온화한 성격이지만 뜻밖에도 그는 등산을 엄청 좋아한다. 국내 산은 말할 것도 없이, 히말라야의 안타푸르나봉을 3번씩나 오른 기록을 갖고 있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 산악인만 갈 수 있다는 킬리만자로의 최고봉 수준인 5,700m 높이까지 올라간 적도 있다. 요즘에는 산을 오를 때 카메라를 들고, 풍경사진을 찍는 재미에도 푹 빠져 있다. 이 대표는 “등산은 성취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확 날릴 수 있는 좋은 운동”이라며 “많은 가르침도 준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까. 그에게 김앤장의 비전을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김앤장이) 늘 그래왔듯이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계속 나가는 게 목표라면 목표”였다. 다른 로펌 대표들처럼 거창하지도, 장밋빛으로 가득찬 것도 아니다. ‘열심히 오르면 정상이 절로 나온다’는 산의 가르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격의 없는 대화”가 큰 장점= 이 대표변호사는 김영무ㆍ장수길 대표변호사와 함께 김앤장을 이끄는 ‘트로이카’다. 김 대표가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을 가졌다면, 이 대표는 격의 없는 대화로 조직에 활력을 돋게 한다. 이 대표가 전면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대화 도중 갑자기 방긋 웃어 보이는 제스처는 어색한 분위기도 한방에 날릴 수 있는 그의 필살기다. 이 대표는 스스로 “설득과 협의, 상호이해를 통해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직원들과 어울리기도 좋아한다. 주량은 소주 반병 정도지만, 흥에 겨우면 마이크를 잡고 ‘삼포로 가는 길’을 곧잘 부른다. 얼마전 소속 변호사들 워크?乍【?이 노래를 불렀는데 상당한 반향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김앤장 이상하게 보는 사람 안타깝다”= 1등이라는 존재는 늘 누군가로부터 질시의 대상일 될 가능성이 크다. “기대가 높아서 일 것”이라며 위안으로 삼지만, 당하는 1등은 기분 좋을 리 만무하다. 이 대표도 일부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는 이를 의식한 듯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김앤장이 72년 창립이래) 35년간 최고를 위해 맡은 일에 충실해 온 것 뿐인데, 일부에서 사실이 아닌 것이 사실인 것처럼 얘기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고, 다분히 악의적인 것일 수도 있는데 사실하고는 많이 다른 것 같아 억울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일부에서 제기한 것들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며 방긋 웃음을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 ◇타의추종 불허하는 팀플레이= 김앤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의 ‘법률회사’다. 소속 변호사만 300여명에 달하고, 사건 수임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뿐만 아니라 김앤장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로펌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에 근대 법문화가 정착된 지 반세기 정도밖에 안됐지만, 아시아를 대표할 정도의 로펌으로 성장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자평했다. 김앤장의 이 같은 저력에는 전통처럼 내려오는 ‘팀플레이’가 한 몫 했다. 이 대표는 “유학을 다녀온 7∼8년차 이상의 선배 변호사와 유학을 가지 않은 5∼6년차 미만의 후배 변호사들이 팀플레이를 통해 업무를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사건의 규모나 복잡성에 따라 팀원이 늘어나는데, 규모가 큰 사건에는 20명 이상의 변호사가 한 팀을 이루기도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여기에 세무, 회계 등에 정통한 회계사, 지적재산권 업무에 정통한 변리사 등 업무 성격에 따라 각 분야의 실무 전문가들이 함께 팀을 이뤄 최상의 조언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최고의 법률자문이 이뤄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인화와 팀웍을 유난히 강조한다. 이 대표는 “김앤장은 전통적으로 모토가 인화와 팀웍”이라며 “꾀만 부리고 개인플레이 하는 직원보다는 구성원들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자세와 일에 대한 열정을 갖추고 있는 인재가 좋다”고 말했다. ◇1%의 인재를 찾아서 십고초려도= 김앤장의 경우 인력확충은 리쿠르트팀이 전담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직접 리쿠르팅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필요하다면 리쿠르트팀과 적극 협의하기도 한다. 이 대표는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해) 필요하다면, 만사를 제쳐두고 인재들을 만나는 자리에 나간다”며 “삼고초려가 아니라 십고초려도 할 각오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앤장은 뽑아 놓은 인재의 숨은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로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금은 일정한 연차가 되면 해외 연수를 다녀오게 하는 프로그램을 각 로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도입하고 있지만, 사실 원조는 김앤장이다. 이 대표는 “창립 초기부터 인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원칙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고, 지금의 김앤장을 구축한 토대”라고 말했다. ◇미국 변호사 보고 판사 그만둘 생각했다= 그는 판사시절 미국으로 잠깐 유학을 다녀 왔다. 당시만 해도 국내 변호사는 그저 법원에만 왔다 갔다 하던 시절이었다. 이 대표는 “유학 당시 미국 변호사들이 우리나라와 달리 엄청나게 다양하면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변호사의 길을 처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침 평소 알고 지내던 김 대표와 장 대표가 합류를 제의해 와 법원을 나와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이 변호사는 “당시만 해도 변호사는 모두 단독으로 개업하던 때라, 여럿이 동업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었다”며 “다행히 김앤장과 함께 성장하게 됐고, 자부심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검토 중”= 이 대표는 시장개방과 관련 “경쟁자(외국로펌)가 몰려오니까, (김앤장에) 득이 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면서도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도 없고,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가면서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로펌의 맏형 같은 의연함도 배어 있다. 특히 이 대표는 해외시장 개척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금까지 김앤장은 해외시장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해외시장 진출은 앞으로 로펌 경영의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라며 “해외시장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과거 영.미 로펌들이 주로 해오던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사업에 대한 자문도 더욱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외국 현지에 지사를 설립하느냐 하는 문제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로펌의 국내 진출에 대해, 그는 국내 대표 로펌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킬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이 대표는 “국내의 많은 중소 로펌들은 외국 로펌과의 제휴를 준비할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김앤장은 국내 대표 로펌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제휴보다는 협력이 필요한 업무가 있다면 개개 사안별로 공동업무를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은둔 CEO는 오해”= 이 대표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아버지를 따라 경상도 양산과 부산 동래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교육자이자 학자집안에서 태어나 공부도 곧잘 했다. 중학교때 다시 서울로 전학해 중ㆍ고교를 마쳤고, 서울대를 수석 입학했다. 이 후 이 대표는 항상 ‘수재’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 대표는 “다소 엄격하면서도 자율적인 집안분위기 속에서 자랐는데, 공부도 못하지는 않았다”며 웃었다. 그는 자녀들이 모두 성장해 교육문제에 큰 관심은 없다. 하지만 그는 “요즘 보면 교육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아마추어적인 생각일 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교육이) 너무 똑같은 걸 지향하는 것 같다”며 “모두 대학갈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다양성 부재를 우려했다. 이 대표가 외부적으로 활동을 안 해서 인지 신비감을 느낄 정도라고 묻자 “뭔가 많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특별히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그동안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그런 것 같다”고 손을 저었다. 법조계에서 제일 존경하는 분으로는 이일규 전 대법원장을 꼽았다.
법무법인 김앤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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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300명 포진…국내 로펌 '부동의 1위'
지난해 M&A 자문시장 점유율 43.2% 차지

김&장 법률 사무소는 1972년 서울법대 60학번 동기인 김영무 변호사(66)와 장수길(66) 변호사가 설립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급격히 성장, 국내 변호사 300명을 포함해 외국변호사·회계사·변리사·세무사 등 500여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2002년 이후 세계 유수의 금융전문지인 IFLR(Internation Finance Law Review)로부터 매년 '한국 최고의 로펌'으로 선정되는 등, 국내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블룸버그가 집계한 M&A 리그 테이블에서 국내 M&A자문시장 점유율 43.2%를 기록,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국내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변호사 해외 연수제를 도입, 입사 5~6년차 변호사에게 외국 로펌 근무 기회를 제공하는 등 우수 법조 인력의 양성소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기업인수·합병, 기업법무, 은행·증권·보험, 기업금융, 송무·중재, 지적재산권, 공정거래, 환경, 인사·노무, 조세 등으로 업무분야를 세분화해 최고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국내 법률 시장 개방에도 대비하고 있다.

■ 김&장 이재후 대표 변호사 약력


▦1940년 서울 출생 ▦1958년 서울고등학교 졸업 ▦1961년 제13회 고등고시 사법과 ▦1962년 서울대 법과대 졸업(58학번), 해군법무관 ▦1965년 대전지방법원 판사 ▦1970년 서울지방법원 판사 ▦1975년 서울고등법원 판사 ▦1976년 미국 조지타운 법과대 국제법 연구소 ▦1977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1979년 김&장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1985년 서울지방변호사회 제2부회장, 대법원 사법연수원 강사 ▦1989년 공정거래위원회 비상임위원 ▦1991년 서울지방변호사회 제1부회장 ▦2000년 사단법인 4월회 회장 ▦2004년 한일 변호사협의회 회장 ▦현재 김&장 대표변호사, 한국법학원 원장, 서울지방법원 조정위원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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