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로펌업계 등에 따르면 김앤장을 비롯해 국내 5대 메이저 로펌들은 지난해 금융 시장을 흔들어 놓았던 스캘퍼(초단타 매매자) 사건과 주가연계증권(ELS) 집단소송, 저축은행비리 사건 등 초대형 금융 사건의 송사들을 도맡으면서 대부분 전년 대비 10~20% 가까운 매출 증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앤장의 경우 5,000~5,5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그 뒤를 이어 태평양이 1,600억~1,800억원, 세종과 광장이 1,200~1,400억원대의 매출 실적으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율촌은 1,200억~1,300억원, 화우는 800억~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태평양과 세종ㆍ광장ㆍ율촌ㆍ화우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김앤장의 매출 실적은 다른 2~5위권의 매출을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였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로펌 시장의 김앤장 독주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국내 메이저 로펌이 유럽 재정위기와 전 세계 경기침체 여파로 실적이 악화됐을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크게 선전한 것은 200여 중소기업이 국내 주요은행을 상대로 냈던 키코(KIKOㆍ환헤지 통화옵션 상품)소송 항소심 재판에 이어 스캘퍼 사건으로 불렸던 주식워런트(ELW) 부당거래 사건, 저축은행 비리 사건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국내 주요 금융사들이 줄줄이 초대형 소송에 휘말린 영향이 컸다.
김앤장은 키코 사건과 관련한 소송에 얽힌 은행의 절반 이상을 대리했으며 스캘퍼 비리 사건에서도 대우ㆍ우리투자ㆍ신한금융투자ㆍKTB 등 주요 금융사들을 대리했다. 이밖에 태평양과 광장, 세종, 율촌, 화우 등도 스캘퍼 사건을 맡아 상당한 수임 실적을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은 지난해 은행ㆍ생명보험ㆍ증권 등 국내 주요 금융기관의 법률 자문에서도 이 분야 전체 수임의 4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 서비스의 두 축인 송사와 자문 분야 모두에서 김앤장이 주요 사건과 이슈들을 독차지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로펌의 실적 증대는 검찰의 금융ㆍ증권 분야 수사 강화 의지가 한 몫을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메이저 로펌들은 지난해 한상대 검찰총장의 취임을 전후로 검찰이 금융ㆍ증권 범죄 수사에 적극 나서면서 때아닌 검찰 특수를 맞았다. 검찰이 단호한 사법 처리 의지를 강조했던 스캘퍼 사건의 경우 대부분의 증권사 대표들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결과적으로는 대형 로펌 배만 불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