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토요 Watch] "추억을 팝니다" 유통가 복고 특수

90앓이 대한민국 "그래, 그땐 그랬지"





90년대 배경 드라마 영화 인기 힘입어
397세대 겨냥 '추억팔이' 마케팅 후끈

멜빵바지·더플코트·농구화 귀환서
군고구마·과자·옛날·떡볶이까지 불티
불황에 찌든 내수 살릴 구원투수로



추억과 향수가 불황에 찌든 내수소비를 살리는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지난해 영화 '건축학개론'을 시작으로 중장년층 가수의 등장으로 호응을 얻은 '나는 가수다'와 tvN 드라마 '응답하라1994', 1990년대 영화 재개봉 릴레이 등 대중문화가 과거를 추억하는 불씨를 당기면서 한국사회의 시곗바늘을 1990년대로 돌려놓고 있다. 1970년대생으로 30대이면서 1990년대 학번인 이른바 '397세대'를 겨냥해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팔이' 마케팅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유통업계는 복고 상품전을 앞다퉈 마련해 움츠러든 소비심리를 자극하는가 하면 1990년대 이전으로 되돌아간 레트로 제품 매출도 덩달아 늘었다. 군고구마 드럼통 기계나 이제는 그리워진 엿장수까지 다시 등장할 정도다.산업계에서는 요즘 같은 장기불황에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향수 마케팅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향수를 자극하고 추억을 공유하는 현상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만나면서 더욱 확장·증폭되는 현상이 강해지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성훈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일시적인 유행보다는 추억과 향수라는 인간의 보편적 정서에 근간을 두기 때문에 설득력과 파급효과가 크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브랜드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충성도 높은 소비계층이 있으니 안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시간을 20년 전으로 돌리는 의류와 패션소품 판매가 늘고 있다. G마켓의 한 관계자는 "연말 송년 모임의 드레스코드로 복고풍이 대세"라며 "삐삐(페이저)나 시티폰을 복고 소품으로 활용하고 1990년대 당시 유행했던 진한 눈썹 화장과 버건디 컬러의 붉은 립스틱 메이크업도 다시 떴다"고 설명했다.

G마켓은 지난달 17일부터 한 달 동안 복고 의류와 잡화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응답하라1994에 등장하는 멜빵바지와 야구점퍼는 23%, 43%, 청재킷와 청조끼는 137%, 125%씩 늘었다. 극 중 여주인공이 즐겨 매고 나오는 '나정이 크로스백'도 80%, 베레모 판매량도 115% 급증했다. 옥션에서는 남성 구제 청바지 판매가 가장 많이 늘어 지난해보다 75%나 증가했다.

11번가 역시 같은 기간 복고풍 의류가 180%, 잡화는 65%나 판매가 늘었다. '슬램덩크' '드래곤볼' 같은 만화책이나 '블루마블' '원피스 피규어' 등 복고 완구의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뛰었다.

이스트팩이나 잔스포츠 등 1990년대에 유행하던 배낭형 가방 브랜드도 매출이 150% 늘어났다.


티켓몬스터가 올해 5월부터 판매 중인 '무꼬뭐꼬 떡볶이'의 경우 현재까지 24만개나 팔려나갔다. 이는 과거 초등학교 앞에서 팔던 옛 떡볶이 맛을 살린 티몬의 기획상품이다. '추억의 달고나 조리세트 & 양은도시락'도 지난 한 달여간 4,300개나 주문이 몰렸으며 1990년대 클래식라디오 및 필름카메라는 단 11일 만에 700여개나 판매됐다. 쿠팡에서도 올 들어 첫 판매를 시작한 '추억의 달고나' 세트가 최근까지 앵콜 딜이 이어지면서 약 2만개가 팔렸고 아리아판(ARIA PAN) 턴테이블도 300개가 판매됐다.

관련기사



외식업계에서도 절호의 기회를 놓칠세라 추억의 메뉴를 발 빠르게 쏟아내고 있다. 강추위 예보 속에 정서적 허기를 자극해 옛날 식품의 판매를 촉진시키자는 기획의도다. 대표적인 것이 군고구마 드럼통 기계의 등장이다.

한식 브랜드 '계절밥상'은 추운 겨울 옛 골목에서 만날 법한 군고구마를 매장에 그대로 재현, 추억의 간식 코너에 드럼통 기계를 설치해 '땅끝마을 해남산 호박고구마'를 직접 구운 군고구마를 21일 선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계절밥상에서는 이날부터 전 매장에 엿장수도 나타난다.

매 30분 간격으로 엿장수가 테이블을 돌며 100% 국내산 쌀과 엿기름으로 만든 담양한과 명인 안복자씨의 창평 쌀엿을 제공한다.

옛날 영양간식인 팥죽도 인기를 끌고 있다. 카페베네가 맨 먼저 단팥죽을 카페형 디저트로 재해석해 새알심이 들어간 순수단팥죽, 고구마와 찰도넛 토핑으로 색다른 맛을 구현한 고구마동동단팥죽·찰도넛동동단팥죽 등 3종을 출시, 최근 한 달 만에 판매량이 20만개를 넘어섰다. 아티제도 신메뉴로 팥죽을 내놓고 추억에 젖은 30대 소비층 공략에 나섰다.

응답하라1994에 등장한 롯데제과 제품들은 프로그램이 첫 방영된 10월18일 이후 매출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꼬깔콘·빼빼로·가나초콜릿은 10~11월 매출이 전년 대비 각 10%씩 늘었다. 롯데제과는 여세를 몰아 카스타드·마가렛트·제크·칸쵸 등 제품 9종을 1990년대 디자인으로 만들고 추억의 과자 판매전을 실시 중이다.

1990년대 중후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떡볶이코트'라 불리는 '더플코트'도 귀환했다. 더플코트는 응답하라1994에서 삼천포(김성균)가 즐겨 입으며 주목을 받기 시작해 올 시즌 코트 고유의 특징은 살리면서 트렌디한 색상을 적용한 신제품이 나오고 있다. 뉴발란스가 출시한 뉴발란스 X 글로버롤 더플코트(69만원)는 일부 사이즈를 구하지 못할 정도로 인기다.

1990년대 인기 스포츠 브랜드 리복이 최근 선보인 복고풍 농구화 '샤크어택'은 10~20대들에게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리복의 한 관계자는 "1990년대 인기를 모았던 농구화 등 복고풍의 제품들이 지난해보다 200% 이상 성장했다"고 전했다. 케이스위스도 가죽 테니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클래식 라이트'와 복고풍 트레이닝 '클래식 오리지널'을 잇따라 출시했으며 프로스펙스는 1983년 출시했던 제품을 재현한 '헤리티지' 라인 6종을 선보이며 레트로 열풍에 가세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