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0(일) 18:55
세계 경제위기의 확산 방지를 위한 서방 선진국들의 공조 방안에서 국제투기자본에 대한 규제 문제는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한지 1년여만에 헤지펀드 등 외국의 자본투자가 경제위기 심화에 포괄적인 역할을 했다고 인정하고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미셸 캉드쉬 IMF 총재는 『국제자본도 현재의 위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자본의 자유로운 거래가 경제 취약 국가에게 피눈물을 강요, 경제전반을 피폐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한 반면 투기자본은 연간 30%가 넘는 이익을 누리고 있다.
1,100억달러로 추산되는 헤지펀드를 비롯, 투자은행, 연기금, 뮤추얼펀드 등 투기자본의 규모는 20조달러로 추정되지만 한 국가가 외환방어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외환보유고는 서방 선진국이라도 200~300억달러를 넘지를 못한다.
때문에 폭주하는 투기자본에 대한 속도제한 없이는 국제공조 역시 「언발에 오줌누기」식이 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홍콩, 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들이 대대적인 시장개입, 외환거래 규제 등을 통해 경제위기 진화에 일부 성공, 투기자본 규제 논의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지역통화블록을 설정, 변동가능한 고정환율제를 실시하자는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의 주장은 이같은 국제금융계의 시각과 무관치 않다.
주장의 요체는 달러, 유러, 엔 등으로 나눠진 지역통화블록이 고정적이면서도 변동가능한 환율체계를 갖춰 환율 시스템에서 오는 불안정성을 제거하는 한편 투기자본에게 돌아가는 자본거래 수익(Benefit)을 제한하자는 것.
조스팽 총리는 『경제는 유연성을 필요로 하지만 유연성이 불안정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세계 환율체계의 안정 도모를 강조했다. 프랑스정부 관계자도 이같은 방안이 적어도 자본이동을 제한하는데는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를 서방 선진 7개국(G 7)내애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프랑스는 최근 독일의 사민당(SPD) 지도부와 좌익 연합을 취하기로 합의, 9월27일로 예정된 독일 총선 이후 이 문제를 본격 논의한다는 일정을 마련해둔 상태다.
이에 앞서 홍콩, 말레이시아, 타이완(臺灣),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대대적인 시장개입, 외환거래 규제 등을 통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여, 이같은 규제책이 실제 효과도 적지않은 것으로 평가받고있다.
하지만 개별국가 차원에서 가능한 외환규제책이 국제공조 차원에서도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호에서 『장기적으로는 이같은 규제가 경제발전에 필요한 재원 공급을 방해하기 때문에 새로운 자본왜곡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92년 영국 파운드화 위기때도 드러났듯, 중앙은행이 외환투기를 방어하는데 한계가 있어 외환규제책을 장기간 지속하기도 어렵다. 국제 자본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빼지 않는 한 투기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각국의 입장을 엇갈리게 하는 요인이다.
따라서 거래 자체를 제한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자본거래세(토빈세)를 도입하자는 방안이 여전히 설득력있는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관련, 파리 8대학의 국제금융 전문가인 도미니크 플리옹 교수는 『연 3,000억달러가 적정규모인 국제자본시장에서 하루 1조2천억달러가 거래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거래 자본에 0.1%의 거래세(토빈세)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걷히는 세금을 각국의 사회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면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처음 제안했던 제임스 토빈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도 모든 국가가 동시에 도입할 수 없다면 자본이 유입되는 시점이 아닌, 자국통화로 교환될 때 거래세를 부과하자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투기자본 덕에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일부 서방 선진국들은 이같은 원천징수 방식이 자본거래 자유화를 지연시킬 것이라며 시답지 않은 반응이다. 결국 세계 경제위기가 더욱 심화되는 긴급 상황때까지는 이같은 처방도 물밑 논의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문주용 기자】
<<'마/스/크/오/브/조/로' 24일 무/료/시/사/회 텔콤 ☎700-9001(77번코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