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눈 뜨고 코 베이는 중국 프랜차이즈 시장] 중국 짝퉁 파악 '하늘의 별따기'

중기, 법인 등 세울 여력없어 현지 정보 부족… 도용 사실도 몰라

양국이 상표 출원·등록

정보 공유 체계 만들어 짝퉁 브랜드 뿌리 뽑아야


중국 진출을 계획 중인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현지 땅을 밟아 보기도 전에 '눈 뜨고 코 베이는' 식의 상표 도용을 당하는 것은 무엇보다 현지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이들 업체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라 현지 사무소나 법인 등을 세울 여력이 없어 중국 현지에서 이른바 '짝퉁' 브랜드가 버젓이 매장 문을 열고 장사를 해도 알 길이 없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안에서는 전문가를 자처하지만 중국 현지 시장에서는 '눈뜬 장님'인 셈이다.

외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대부분 현지 지인이나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우연히 자사 브랜드 도용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며 "현지에 상주하는 직원이 없다 보니 상호를 본떠 사용하는 곳이 있는지, 상표가 이미 출원됐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할 길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보 부족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상표 도용을 넘어 강탈 당할 수 있는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현지 기업이 '원조'보다 앞서 중국 정부에 상표를 등록할 경우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은 손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그동안 공들여 키운 상호를 영원히 빼앗기게 된다. 또 현지 기업이 상표를 등록한 후 2주일 안에 이의제기를 할 수는 있으나 반드시 이긴다는 승산도 없고 승리한다고 해도 양쪽 다 동일 브랜드를 쓸 수 없어 '득'보다 '실'이 크다. 중국 본토 시장에 먼저 진출한 '선배'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현지 진출에 앞서 우선 상표 등록부터 완료하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련기사



외식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짝퉁 브랜드가 먼저 상표 출원에 나설 경우 이의신청으로 막을 수는 있으나 양측이 모두 상호를 쓸 수 없는 구조라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에 불과하다"며 "아무리 중국 시장 진출이 장기적 목표라 할지라도 미리 상표를 등록해야만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위기를 피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교촌치킨'의 경우 상표등록부터 서둘러 완료한 덕분에 상표 도용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 지난 2007년 일찌감치 상표 등록을 마친 덕에 현지 짝퉁 브랜드 '교춘치킨'과 분쟁에서 승리했고 짝퉁 업체는 로고는 물론 광고·포장재 등에서도 교촌치킨 '베끼기'를 중단해야 했다. 하지만 다툼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비용 지출은 피하지 못했다.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는 정부가 앞으로 소위 짝퉁 브랜드가 해외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것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중국의 경우 한류 확산과 함께 국내 브랜드를 본뜨거나 그대로 가져다 쓰는 사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특허청·KOTRA 등 수출 유관기관들이 해외지식재산센터(IP데스크)를 통해 법률 대응·해외상표 출원·현지 단속 등을 지원하고 있으나 말 그대로 '지원책'일뿐 해결책이 될 수 없어 한층 강력한 처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만큼 양국이 상호 상표 출원·등록 정보를 공유하고 인정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이들 '짝퉁' 브랜드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얘기다.

외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가 진정 바라는 것은 지원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한중 FTA를 중심으로 양측이 상호 국가의 브랜드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만들어야만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가 안심하고 현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의 근본 원인은 해결하지 않고 지금처럼 후속 대응책 정도만 소극적으로 지원해주는 데 그친다면 정부가 국내 중소 업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고 '사후약방문'만 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확실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 외에 브랜드 중요성에 대한 교육 강화, 전문가 양성 등도 함께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