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금융당국자들의 'CD발언' 저의가 뭔가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주 말 국회에 출석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에 대해 "저는 담합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고 사견임을 전제로 했으나 공개석상에서 옳지 않은 언사다. "(은행 등이) 시장 지표를 조작해서 얻을 이익이 크지 않을 것 같다"는 대목에 이르면 금융위원장이 막무가내로 범금융권 감싸기에 나선 게 아닌지 의심을 일으킨다. 국민의 관심 속에 조사 중인 중대 사안에 대한 이해충돌 당국자의 섣부른 속단과 사견 표명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대한 견제 내지 압력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같은 자리에서 상관인 김황식 국무총리의 "공정위가 조사하고 있으니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답변을 무색하게 하는 하급자의 무책임한 발언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리니언시(담합자진 실토)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이 공신력을 가지려면 최소한의 자체 조사 근거라도 제시했어야 한다. 자신들과 사전 협의 없이 조사가 벌어진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 금융감독당국의 최고책임자가 이런 식으로 말을 내지르면 금융회사들이 공정위 조사에 협조적으로 나올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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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기관에 뒤통수를 맞은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기분이 떨떠름할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금융당국 수장들이 공개 유감을 표시하고 그것도 모자라 근거 없는 주장으로 조사에 흠집을 내는 태도는 온당하지 못하다. 사태의 본질인 CD금리 담합 의혹을 규명하는 데 장벽을 치는 행위다. 금융당국은 진작에 식물 금리로 전락한 CD금리의 대안을 만들어야 했고 그것이 현실적으로 여의치 못하다면 CD금리 고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장치라도 마련했어야 했다.

이번 사태는 담합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금융감독 시스템에 중대 결함이 있음을 증거하는 사례다. CD금리가 공정위가 혐의를 둘 정도로 이상동향을 보였는데도 금융당국이 아무 의심도 갖지 않고 일상적 점검 정도나 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 정식 검사 차원이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비공식 조사라도 있었어야 정상이다. 금융당국은 CD 조사와 관련한 불필요한 언행을 삼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의를 의심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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