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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한은총재 김중수] '합리적 시장주의자'
4개 정권서 경제정책 입안 참여정운찬·장승우와 '경기고 3대 천재' 로 꼽혀쇠고기 파동으로 MB정부 경제수석 하차도온화한 성격에 치밀함 갖춰 '워커홀릭' 별명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24대 한국은행 총재 김중수. 사람들은 그의 인생을 일컬어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저울추의 삶’이라고 말한다. 노태우ㆍ김영삼ㆍ노무현ㆍ이명박 대통령 등 4개 정권에 걸쳐 경제정책의 뼈대를 만드는 데 참여, 자타가 공인하는 ‘노믹스(NOMICS) 맨’이 된 것은 그의 몸속에 깃들인 균형 잡힌 삶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인들은 그를 ‘중도주의자’‘합리적 시장주의자’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1947년생으로 환갑을 갓 넘긴 김 내정자는 어릴 적부터 ‘천재’ 소리를 들으면서 살아왔다. 대한민국이 최빈국의 늪에 빠져 있던 지난 1960년대 수재들의 집합소인 경기고에 몸담은 김 내정자는 당시 재학생 중에서도 유난히 돋보였다. 고교 동문인 정운찬 총리, 장승우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함께 ‘경기고가 낳은 3대 천재’로 꼽힌다. 훗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시절에는 30여명에 이르는 전직원의 생일을 다 기억하고 챙겨줄 정도였다.
경제학도의 길을 걸은 김 내정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직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거시경제를 전공했지만 그의 관심은 금융과 노동, 하물며 교육에까지 두루 뻗었다.
KDI에서 일하며 노태우 정부의 정책입안에 깊게 관여한 김 내정자는 김영삼 정권 들어 본격적으로 현실정책에 발을 담근다. 문민정부 초기에 대통령 경제비서관을 지낸 데 이어 인생의 전환점이 된 OECD 가입준비사무소장, 그리고 초대 OECD 담당 공사에 이르기까지 그는 대한민국 OECD 역사의 산 증인이라 할 수 있다. 그의 국제적 이력은 적극적 시장개방론과 해외인사와의 폭넓은 친분으로 이어졌다.
참여정부 들어 KDI 원장에 발탁된 그는 초기 대통령직속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와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당시 최대 정책 어젠다였던 동북아 금융허브를 이끌었다.
이후 현재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장인 고건 전 국무총리의 자문조직인 ‘미래와 경제’ 정책개발위원장으로 한때 참여해 ‘10대 경제강국 정책과제’를 이끌어냈고 한림대 총장 재직 시절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에 임명돼 ‘MB노믹스’의 전도사로 나섰다.
그렇다고 그의 인생이 성공의 연속이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김 내정자의 인생에는 두 번의 좌절이 있었다. 첫번째 시련은 그의 인생을 바꾼 OECD에서 맞았다. 김 내정자는 한국의 OECD 가입을 성공시킨 후 초대 OECD 대사 자리에 오르고 싶어했다. 하지만 초대 대사직은 지난해 초 별세한 구본영씨에게 돌아갔고 그는 초대 공사로 만족해야 했다. 2008년 10년 만에 OECD 대사로 가자 많은 사람들은 ‘새옹지마’라는 표현을 해가며 그의 부임을 축하했다.
두번째 시련은 경제수석으로 재임하다 2008년 6월 ‘쇠고기 파동’이 일어나면서 닥쳐왔다. 하지만 그는 그가 꿈꿔왔던 OECD 대사로 자리하면서 새로운 길을 걸었다.
김 내정자는 오랜 공직과 연구원 생활 동안 ‘워커홀릭’이라는 별칭을 달고 살았다. 온화한 성격을 가진 그는 ‘수월성의 추구(1등주의)’를 모토로 삼은 데서 볼 수 있듯이 치밀함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실제로 김 내정자의 일벌레 근성은 그가 걸어온 인생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KDI 원장으로 재직했을 때는 휴일에도 계속 출근해 각종 보고문건을 모조리 챙겨 읽었고 공휴일에 e메일을 체크하지 않는 박사들에게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경제수석 시절 ‘그림자 참모론’을 주창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는 스타일이다.
명석한 두뇌와 치밀한 성격이 보여주듯이 김 내정자는 바둑과 당구ㆍ테니스 등을 즐기며 한번 빠져들면 끝장을 본다. 술을 즐기지 않지만 와인 애호가라고 한다. 부인 황주혜(59)씨와 딸 하나를 두고 있다.
● 약력
▦1947년 서울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박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대통령 경제비서관 ▦주프랑스 공사 ▦경제부총리 특보 ▦OECD 가입준비사무소장 ▦한국조세연구원장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장 ▦한국개발연구원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미래와경제 정책개발위원장 ▦한림대 총장 ▦청와대 경제수석 ▦주 OECD 대표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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