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인플레이션의 역습

재난이나 재앙은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는다. 그것을 예고하는 조짐이나 징후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단지 사람이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닥칠 고통이 두려워 일부러 외면할 뿐이다. 정부가 연초부터 대책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는 물가불안이 이런 경우가 아니지 싶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물가불안이 경제회복의 최대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경고는 그동안 수없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5월 물가불안 요인이 커지고 있다며 통화정책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9월 기준금리(당시 2%)의 조속한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후 국회ㆍ국제경제기구 등에서도 기준금리를 정상화할 것을 주문했다. 고성장·저물가 집착 버려야 하지만 한국은행과 정부는 부동산ㆍ환율ㆍ유럽재정위기 등을 이유로 금리인상을 최대한 미뤘다. 경제지표가 너무 과열이다 싶자 지난해 7월, 11월 두 차례 0.25%포인트씩 올렸을 뿐이다. 특히 '인플레 파이터'라는 한은은 성장에 집착하는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금리의 정상화를 계속 늦추면서 인플레 기대심리를 부풀렸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한은이 금리인상을 미루는 사이 시중에는 유동성이 흘러 넘쳤다. 그 덕에 침체에 빠졌던 부동산경기가 살아나고 주가지수는 2000포인트를 넘는 등 경제에 활력이 돌기는 했지만 물가불안이라는 복병이 불거졌다. 새해 들어 본격화한 물가불안은 글로벌 과잉유동성과 저 달러, 원유 등 원자재가격상승, 지구온난화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천정부지로 뛸 조짐이다. 더구나 나라 안에서는 구제역ㆍ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축산물가격까지 불안하다.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다. 정부는 오늘 물가안정특별대책을 발표한다. 지금까지 나온 내용을 간추려 보면 상반기중 공공요금동결과 농수산물비축물량공급확대, 대학등록금을 비롯한 유치원ㆍ학원비 동결요청 등이 주요 골자다. 사후약방문이다. 지금의 물가 불안은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상승, 과잉 유동성, 중국발 인플레이션 압력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일시적인 수급 불안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얘기다. 가격통제와 같은 인위적 방법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격인상을 연기하는 것밖에 안 된다. 물가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무엇보다 통화정책의 전환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준금리를 2%대로 묶어둔 채 인플레기대심리를 억제할 수는 없다. 원화를 점진적으로 절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수입물가상승으로 인한 국내물가상승압력을 해소하기 어렵다. 특히 고성장ㆍ저물가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대통령은 올해 '성장률 5%에 3% 물가'목표를 제시했지만 성장과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란 쉽지 않다. 두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 둘 다 놓칠 수도 있다. 두더기잡기식 물가억제ㆍ동결ㆍ관리 등의 전근대적 발상도 이제는 버릴 때가 됐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묶어두는 것은 시장에 의한 자원의 최적배분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음성적 거래를 조장할 뿐이다. 금리ㆍ환율등 근본적 처방 필요 지금의 물가불안을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단행됐던 비상조치들이 잉태한 후유증의 하나다. 초저금리ㆍ과잉유동성의 부작용을 인플레의 역습을 통해 균형을 찾아가려는 힘든 과정인 셈이다. 경제는 공짜가 없으며 언제가는 그 댓가를 치른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다. 금융위기 극복이 힘들었듯이 인플레 극복과정도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방법은 꼼수를 부리거나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치고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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