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이 아니더라도 진작부터 대형마트 영업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온 게 사실이다. 소비자의 발길을 전통시장으로 돌리겠다면서 마트 문을 강제로 닫게 했지만 재래시장이 살아나기는커녕 매출만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2010년 24조원이던 전국 전통시장 매출은 지난해 20조7,000억원으로 3년 새 3조원 넘게 줄었다. 올해는 이보다 1조원 더 줄어 19조원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방자치단체가 2년 전 조례를 만든 데 이어 지난해 국회가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대형마트의 휴일 의무휴업을 못 박았는데도 정작 전통시장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대신 짭짤한 재미를 본 곳은 온라인쇼핑몰이다. 온라인쇼핑몰 거래액은 지난해 38조원으로 3년 사이 50% 넘게 증가했다고 한다. 유통시장 구도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경쟁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유통시장의 판도 변화도 모른 채 정부는 시대착오적 규제로 헛발질만 하고 있다. 중소상인·골목상권 보호라는 명분 아래 시행 중인 동반성장 정책의 부작용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시행 3년 만에 빵집·두부·간장류 등 수십여개 분야에서 국내 대기업과 중견 전문기업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외국 업체가 채우고 있다. 두부 원료인 콩을 국내 기업에 납품하던 농민들이 도산 위기에 몰릴 정도라니 누구를 위한 동반성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동반성장 정책이 동반몰락만 재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재점검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