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마구잡이 입법에 재정재갈 물려야

막대한 재정수요는 생각하지 않고 표만 의식한 국회의원들의 마구잡이 입법이 판치고 있다. 국고부담을 늘리는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 특별법, 청원경찰의 보수를 올리는 청원경찰법, 영유아 특별법 등이 대표적이다. 소요예산만 수백억~수조원에 달하는 것들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 곳간이 거덜나게 생겼다.


의원들의 막무가내식 입법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재정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당초 4조7,000억원을 예상한 올해 재정적자 규모가 5배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암울한 상황이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당장 예산이 없어 무상교육을 지원할 위기에 놓였다. 여기에 의원입법 예산까지 국회를 통과하면 국가의 빚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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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곳간을 채울 수입원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국세징수 실적은 지난해보다 8조원 이상 덜 걷히며 목표의 3분의1에 그치고 있다. 자칫 연간 34조원이 부족할 판이다. 그렇다고 세금을 내야 할 기업이 잘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상장사의 올 1ㆍ4분기 매출도 10년 만에 처음으로 1.5% 감소했고 2ㆍ4분기도 잿빛 전망을 안고 있다. 돈 나갈 곳은 많은데 들어올 곳은 없는 구조에서 예산을 고려하지 않은 입법은 미래를 갉아먹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의원들이 제대로 된 재정수요 분석을 했는지도 의심스럽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2011년 국회 의결을 거친 재정수반 법률 중 90% 이상이 비용추계서를 첨부하지 않았다. 법안의 필요성과 국가재정의 건전성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다는 의미다.

국회법 개정으로 이 같은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의원들의 입법발의 단계뿐 아니라 위원회를 통과하는 입법안에 대해서도 관련예산이 얼마나 들어갈지 따지는 비용추계서를 첨부하도록 국회법을 바꾸자. 재정에 대한 고려 없이는 입법이 불가능한 미국과 프랑스 의회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제도와 시스템이 정비된다면 의원들의 국정 이해도 역시 높아지고 보다 수준 높고 생산적인 국회에 다가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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