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전세계 D의 공포] 런던 번화가에 車는 사라지고…

텅빈 식당·반값 광고판만 가득<br>시외곽엔 빚 갚으려 내놓은 '집 팝니다' '임대' 간판 줄줄이<br>佛파리지앵 그나마 활기 불구 돈아끼려고 '남긴음식' 먹는커플도

영국 런던 다운타운에서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첼시 주택가에 집을 팔겠다는 광고판이 어둠 속에 줄지어 서 있다.

모든 게 없었다. 빛은 있지만 사람은 없고 거리는 있지만 차들은 사라졌으며 음식점은 열렸지만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금융도시인 영국 런던이 이 모양이다. 명성에 걸맞지 않은 도시가 된 것이다. 며칠 전까지는 어땠을지 몰라도 최소한 기자가 런던을 방문했던 기간만큼은 그랬다. 해가 사라진 영국 런던의 리젠트스트리트(Regent Street). 이 거리는 우리나라의 명동과 비견될 만큼 최고의 번화가로 화려한 야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의 거리는 그 상상과는 무척 거리가 멀다. 지나는 런더너(Londoner)들의 모습에는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고 북적여야 할 거리도 차량이 별로 없어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웠다. 경기침체의 차가움은 차도를 보는 순간 더욱 절절히 느껴졌다. 꽉 차 있어야 할 도로였지만 차들이 드문드문 보여 더욱 춥게 느껴졌다. 가이드를 맡은 현지 교민 김윤혁씨에게 물었다. “원래 이렇게 차들이 없나요?” “웬걸요. 차가 한참 밀려서 잘 가지 않으려고 했던 곳인 걸요. 요즘 경기가 안 좋긴 안 좋은가 봐요.” 주머니가 가벼워진 탓일까. 상점들 역시 물건이 팔리지 않아 울상을 지었다. 오후6시께 ‘50% 세일’ ‘반값, 반값(Half, Half)’이라는 광고가 덕지덕지 붙은 거리를 돌아다녔다. 역시 손님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그렇게 비싸 보이지 않은 의류매장을 찾았다. 매장 유리창에는 ‘캐시미어 제품 50% 세일’이라는 커다란 광고문구를 붙여놓았지만 정작 안에는 고객 한명 없이 직원 세명이 고작이었다. 잡담을 나누던 그들 중 한명에게 옷을 한 벌 사려 한다고 말을 걸어봤다. “많이 팔리나요?” 자신의 이름을 ‘보먼(Bowman)’이라고 밝힌 직원의 대답은 의외였다. “첫번째 손님이에요.” ‘런던 외곽은 과연 어떨까’라는 생각에 밤늦은 시각이지만 시내를 벗어나보기로 했다. 런던 시내에서 자동차를 타고 약 30분쯤 갔을까.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집 팝니다(For Sale)’ ‘임대(To Let)’라는 간판들이 줄줄이 늘어져 있다. 마치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했을 때 본 외신 사진을 현실에서 본 듯한 느낌이었다. 밤늦게 접근하면 무서워할 것 같아 꺼려졌지만 한번 물어나보자는 심정으로 지나가던 사람 중 그래도 마음 좋아보이는 주민에게 접근했다. “이런 간판이 왜 이렇게 많냐”는 물음에 그는 “은행 빚을 갚지 못해 집을 팔려고 내놓은 사람이 첼시에서도 부지기수지만 이것은 다른 지역에 비하면 적은 셈”이라며 “하지만 아무도 집을 사려고 하지 않아 집값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울한 분위기는 프랑스 파리로 넘어가면서 조금 나아지는 듯했다. 거리는 그 명성만큼 수많은 관광객들과 여유 넘치는 파리지앵들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런던만큼은 아니지만 파리 역시 글로벌 경제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파리의 한 현지 주재원에게 들은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그는 “혹시 식당에서 이모작을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느냐”고 물은 뒤 “한 커플이 음식을 먹고 남기면 뒤에 있던 커플이 남긴 음식을 먹는 것을 말하며 이런 장면을 요즘 종종 볼 수 있는 데가 파리”라고 말했다. 그래도 파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프랑스는 사회주의적 성격이 강한 사회이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곤 한다. 미국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영국과 달리 프랑스는 폐쇄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큰 화를 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수주의, 비효율적 경제체제라는 비판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프랑스가 부러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